줄거리
무심하고도 냉랭한 청춘로드무비 <나를 데려가줘>는 아마도 리조트영화나 홈커밍영화의 대척점에 놓일 법한 작품이다. 보스니아 출신 네덜란드 감독 에나 세니야르비치는 자신의 첫 장편영화에서 짐 자무시의 부조리코미디와 데드팬 유머에 대한 분명한 지향을 보인다. 작품은 올해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특별언급상)으로 주목받았다. 네덜란드로 이주해 성장한 알마는 친숙하지 않은 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홀로 보스니아를 향한다. 오래 떠나있어 낯선 곳으로의 방문에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도 미성년인 알마는 좀처럼 두려움이 없다. 병문안이라는 애초 여행 취지는 의지도 목표도 뚜렷하지 않은 알마의 무위한 일정 속에서 길을 잃는 듯하다. 대체로 영화는 보스니아로 대변되는 동유럽 사회상에 대한 관습적 재현엔 짐짓 태연한 척 하면서도 대화속에 슬며시 냉소적 뉘앙스를 담아낸다. 상쾌한 파스텔 색조와 비관습적 앵글, 깊이감없는 화면 등 스타일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지만 무력하고 무목적적인 알마의 성격처럼 영화 전개 역시 종잡을 수 없다. <나를 데려가줘>는 미성년이 보일 법한 세계와 타인에 대한 긴장과 방어 감각이 없는 이완과 무감동의 영화다. 카바레와 마술극장은 무표정한 소녀가 자신의 내면을 무대화 해 바라보는 데이빗 린치적 극장공간이 될 것이다. 서유럽과 동유럽은 빈번히 재현되는 이중반사 프레임 속 알마의 모습으로 뒤집힌채 서로를 반영한다. [송효정]
(출처 :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