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영화가 시작되면 고생대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양치식물들과 수백 년을 자랐을 우람한 둘레를 가진 나무들이 보인다. 숲의 규모와 분위기에 아직 놀라고 있을 무렵, 그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10대 소녀 탐과 그녀의 아버지 윌이 등장한다. 이들은 미국 오레곤 주 포틀랜드 끝자락에 위치한 광활한 삼림 지역인 포레스트 파크에서 몇 년을 지내오고 있다. 이 부녀는 채집 생활을 하고 숲에서 잠을 자지만, 필요할 때면 도시로 내려가 마트와 병원을 간다. 작은 실수 때문에 삼림 속에 숨어 지내던 부녀의 삶이 발각되고, 이제 그들은 사회복지국의 책임 아래 인계된다. 부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갑작스러운 행정기관의 결정 앞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린다. 영화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탐의 속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러닝타임 내내 관객과 함께한다. 사춘기 소녀가 아버지와 단둘이 숲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탐은 사회복지국 직원에게 숲이 나의 집이고, 아버지가 자신을 잘 돌보아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탐이 윌을 돌보아준다는 것이 이 부녀 관계의 진실에 가깝다. 탐이 윌에게 자신의 욕망과 필요를 감추지는 않지만, 윌로부터 탐으로 향해야 할 돌봄과 보호는 오히려 탐으로부터 윌로 향한다. 깊고 울창한 숲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푸르고 안정감 있는 탐의 눈동자는 윌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눈동자를 엄마처럼 감싸 안는다.
(출처 :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