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그곳에는 밤의 시간을 사는 이들이 있다. 비오는 밤의 고요를 틈타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인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일자리를 찾아 조지아로 왔을 흑인 남성들이 그들만의 축구 경기를 펼친다. 아마도 버젓한 그라운드는 이민자 혹은 불법 체류자라고 낙인 찍힌 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밤의 거리에는 성매매 여성들도 있다. 성매매를 한다는 이유로 그녀들은 수시로 감옥에 다녀올 수밖에 없고 생계를 위한 다른 방편 역시 마땅하지 않아 보인다. 에이프릴도 지금 막 감옥에서 나왔다. 그녀는 다시 거리로 향할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저마다의 사정과 어려움에 처해 있다. 생계와 육아라는 이중의 난제에 봉착한 싱글맘, 남편이라는 자의 계속되는 거짓말과 폭력에 노출돼 있는 여성, 성매매 이후 제대로 돈을 지불받지도 못하고 위험한 남성에게 노출돼 있는 여성 등. 그와 동시에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는 흑인 이민자 남성을 향한 비아냥과 경멸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소수자 사회 안의 또 다른 차별과 경계 짓기의 조짐이다. 그 와중에 에이프릴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민자 디제를 손님으로 맞는다. 디제는 애초 미국의 조지아 주로 가려다 이곳으로 오게 된 가난한 하청 노동자로 전망 없는 미래 앞에서 갈 곳을 잃었다. 에이프릴과 디제는 말없이 서로의 외로움과 소외를 직감하며 시간을 보낸다. 흑백영화는 색조를 잃고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들과 이민자 사회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이 뉴스로 전해지고 충격적인 엔딩 장면까지 보고 있자면 트빌리시의 여성들과 이민자 사회가 직면한 취약한 현실과 까마득한 미래를 보는 듯하다.
(출처 :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