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3주 앞둔 마티는 결정해야 한다. 졸업식에서 어머니의 뜻대로 분홍색 드레스를 입어야 할지, 어머니의 뒤를 이어 빈의 대학에 진학해 수의사 공부를 해야 할지. 평소와 마찬가지로 선머슴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남자아이들과 몰려다니는 마티. 안 그래도 크나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에게 그 3주 동안 중대한 선택의 상황이 계속 닥친다. 함께 어울리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희롱해도 남자 친구들 편을 들던 마티는,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세바스티안이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자 어색해한다. 그 사이 마티는, 세바스티안 무리와 자신을 비난하던 여자 동급생 칼라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세바스티안 무리 앞에서는 그 사실을 숨긴다. 새로운 욕망이 생겼다는 걸 인정하려면 마티 자신의 말처럼, 변화의 공포를 무릅써야 한다. 그건 비단 사춘기 소녀 마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연히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마티의 어머니도, 비밀스러운 욕망을 감추며 살아온 마티의 아버지도 그 공포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처음 경험하는 감정 속에 혼란스러워 하는 마티의 심리를 섬세하게 응시하는 것은 물론, 그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삶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순과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비추는 폭넓은 시선이 돋보인다. 첫 장편 <탈레아>(2013)부터 캐릭터의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 주목 받은 오스트리아의 카타리나 뮉슈타인 감독의 이름을 눈여겨볼 만하다.
(출처 :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