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기원을 알 수 없는 몽롱한 이미지를 따라 우리는 이스탄불의 은퇴자 아파트로 흘러든다. 밖에서는 건설장비가 뿜어내는 위협적인 굉음에 실려 우주의 지형이 변형되고 있다. 갈라지는 목소리의 여인은 아르메니아 대량학살의 공포에 대해 주절거리고, 늙은 피아니스트는 감미로운 고백의 음악을 연주한다. 맹인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조작하여 세상을 찍는다. 고정된 카메라로 찍힌 다수의 이미지는 유령처럼 배회하는 이곳 주민들을 좇는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셔번 미즈라히는 늙고 고독한, 외딴 행성의 거주자와 같은 이들의 기억에 대한 회상을 시각화하면서 어디서도 듣고, 보지 못했던 이미지의 마술을 연출한다. <머나먼 행성>은 악의적인 개발 프로젝트의 앰비언스 아래 놓인 쓰라린 과거의 망령, 인생의 회한, 초현실적인 유머를 두서 없이 섞는다. 미몽에서 깨어난 사람들, 퇴락한 주택에 깃든 주민들의 림보 같은 상태에서 최면의 리듬을 발견하는 경이로운 작품이다.
(출처 :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