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음악가 피에르 폴데스의 첫 애니메이션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러 단편을 각색한 작품이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자주 나타나는 설정처럼 여자들은 다른 차원에 이끌려 사라지고, 남자들은 신비한 고양이들의 인도를 받으며 사람처럼 말하는 거대한 개구리와 같은 가상의 존재를 만난다. 이창동의 <버닝>(2018)과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 이어, 피에르 폴데스는 하루키의 작품이 지닌 몽환적 세계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재현한다. 평범한 인물들이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상상력 덕분이다. 소박한 샐러리맨은 이렇게 도쿄의 지하에 사는 용과 대적하고, 파괴의 위기에 처한 도시를 구한다. 철학적이면서도 마법같은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하루키의 팬들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출처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