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봄에서 가을까지 요크셔 외곽에 사는 세 커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는 아기자기한 동화 풍의 세트가 돋보이는 연극적인 작품이다. <멜로>(1986)에서 시작되었던 알랭 레네 영화의 새로운 사이클을 마감하며, 지난 3월 영면에 든 거장의 유언과도 같다. <밤과 안개>(1955), <히로시마, 내 사랑>(1959) 등으로 대변되는‘ 가장 정치적인 프랑스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1980년대 중반부터 제2의 영화 인생을 살았던 레네의 세계를 집약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속 세 커플의 삶을 뒤죽박죽 어지럽히는 조르주 라일리는 죽을 병에 걸렸다지만 누구보다도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영화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바로 그런 연유로 관객을 성찰로 유도하는 그를 떠올리면서 감독의 분신이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이 인물을 통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과 진정한 젊음에 대한 문제의식을 촉발시킨다. 인생을 예찬하는 이 극도로 활기찬 영화는 베를린에서 가장 예술성이 돋보이는 감독에게 수여되는‘ 알프레드바우어상’을 수상했다. 단언컨대 씨네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필견의 영화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