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내 곁에 있어줘>로 떠오른 싱가포르의 작가 에릭 쿠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타츠미>는 70년대 일본 만화작가 타츠미 요시히로의 삶과 그의 단편들을 뒤섞어 그 자체로 거대한 오마주를 이룬 영화이다. 단순한 선으로만 구성된 흑백 그림체는 동시대 3D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쾌감과 거리를 두는 대신 실사영화를 넘어서는 심오한 세계관을 담아낸다.
히로시마 원폭현장을 찍은 사진작가의 윤리적 딜레마와 근대화에 소외된 개인의 공황장애, 퇴직을 앞둔 가부장의 심리적 육체적 불능, 화장실 음란 낙서에서 창작의 출구를 찾으려는 병든 만화가의 곤경, 아버지를 떼어내려는 양공주 딸의 결단 등이 작가 타츠미의 사적 삶과 교직된다. 어둡고 사실적인 타츠미의 만화를 움직이는 그림 속에 충실히 옮겨내려는 에릭 쿠의 노력은 타츠미의 만화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보다 타츠미의 이름으로 설명되어야 할 것. 모친살해, 공황장애, 매매춘, 성적 불능, 근친상간 등의 충격적인 모티프들로 소환된, 타츠미 판 일본 현대사. (강소원)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