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소노 시온 감독의 <러브 익스포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는 ‘헨타이’(변태)일 것이다. 자신을 품위 있는 변태라고 부르는 주인공 유는 이른바 ‘도촬’(盜撮)이라고 하는 분야에서는 대가가 되어버린 존재이다. 무예를 하듯 우아하게 몸을 날리며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찍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이 같은 ‘변태’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결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상력을 마구 뽐낸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영화 자체가 ‘변태’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가 변태가 된 사연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신부인 유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버리자 매일 같이 아들에게 그 날 지은 죄에 대해 고해하게 한다.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마음에 유는 실제로 죄를 짓기에 이른다. 절도를 하고 폭행을 일삼다가 결국에 그가 도달한 방향이 ‘도촬’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그의 마음 속에 요코가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은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게 방해한다. 변태적인 영화인만큼 〈Love Exposure〉에는 가족, 종교, 성장, 섹스, 관음증 등에 대한 의심과 질문들이 넘쳐흐르고 번득이는 재기, 기묘한 유머감각, 급작스런 폭력이 분출한다. 여기엔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장악하는 괴력도 있어서 4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가 끝날 때 쯤에는 이상한 감동마저 전해져 오는데, 그건 〈Love Exposure〉가 기본적으로는 순정한 사랑에 대한 찬가임을 내내 잊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출처 :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