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5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덤불 속’을 원작으로 하여 이야기의 내용과 뼈대를 가져왔으며, ‘라쇼몽’에서 사건의 배경과 제목을 빌려 왔다.
헤이안 시대, 황폐해진 도읍의 라쇼몽 아래. 비를 피하러 들어온 하인에게 나무꾼과 스님이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숲에 나무하러 갔던 나무꾼이 사무라이의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한다. 사무라이 가나자와 다케히로의 살해범으로 도적인 다조마루가 체포된다. 다조마루는 사무라이의 아내를 빼앗기 위해 결투를 벌여 승리했으나 여자가 도망쳐 버렸다고 증언한다. 사무라이의 아내 마사코는 다조마루에게 겁탈당한 후 남편에게 죽여 달라고 호소했으나 의식을 되찾고 보니 남편에게 단도가 박혀 있었다고 증언한다. 무녀에게 불려 온 사무라이의 영혼은 아내가 다조마루와 도망치자 모멸감에 자결했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증언에 나선 나무꾼은 세 사람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하여 한 가지 사건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서술하는 형식으로 이후 동서양의 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이야기가 4번 반복되는 시나리오로 인해 제작사를 찾지 못하다, 다이에이에서 초저예산으로 촬영을 끝냈으나 완성 당시 평가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다이에이의 사장 역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비판적인 입장이었으나 베니스 수상 이후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 구로사와가 이를 두고 <라쇼몽> 그 자체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