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감독인 딸은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다. 타지에서 홀로 공부하는 딸이 괜히 걱정할까 우려한 엄마의 배려이겠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30년간 의사로 일한 엄마는 잘사는 일만큼 잘 죽는 일에 관해 생각해 왔다. 병원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감독은 죽음을 둘러싼 풍경이 익숙했지만, 막상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부터 난다. 투병과 돌봄에 관한 모녀의 사적 에세이처럼 보이던 영화는 어느새 죽음을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선을 옮긴다. 생과 사의 기로에 선 병원 환자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보호자들, 의료진의 고강도 노동과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과 위협까지. ‘어떻게 죽음 앞에 서야 하는가’라는 만만치 않은 화두를 던져온 영화는 다시 삶을 긍정하는 일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정지혜)
(출처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