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반전 다큐멘터리 <스트롱거 댄 블렛>이 남다른 것은 참회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란-이라크전 당시 사진 기자였던 사에이드 사데지가 찍은 사진들은 애국심을 고취하고 참전을 고무하는 데 사용되었다. 호메이니가 "다른 믿음을 가진 자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할 때였다. 이슬람 혁명을 신성시했던 사에이드도 사진의 선전 도구화에 동의했다. 소년병들이 목숨을 잃고, 피가 흘러 넘치는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미쳐버릴 즈음 그는 전쟁의 진실을 깨닫는다. 전쟁은 체제의 자기 강화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영화에서 사에이드는 30년 전의 전장과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사진 속 영웅들은 시체 더미에 자리를 내주고, 사에이드의 마음을 반영하듯 여정은 점점 어두운 풍경으로 변한다. 그는 선전에 앞장섰던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만큼 현실의 풍경을 근심한다. 아이들에게 호메이니의 말을 교육하며 전쟁의 환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현실. 반면 벌판에 버려진 탱크와 사막에 깨알같이 뒤섞인 총탄의 진실은 외면당한다. 사에이드의 필름을 몰수한 정부는 그의 영웅적 사진을 여전히 선전 도구로 삼고, 테헤란 시내 곳곳에는 전쟁 영웅의 벽화가 걸려 있다. 전쟁의 이미지화에 앞장섰던 남자의 고백이 반성 없는 현실과 충돌해 깊은 통증을 남긴다.
(2018년 제15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 이용철)
(출처 : 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