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거리 소년 니쿠는 부쿠레슈티 지하세계의 왕이라 자칭하는 브루스 리의 보호 아래 살고 있다. 그는 집없는 거리 소년들이 비싼 마약 대신 비닐봉지에 담아 흡입하는 은색 페인트를 머리에 칠하고 이상한 철학을 설파한다. 그러나 그는 니쿠에게 무법자라는 이름을 주고, 아빠이자 엄마가 되어준다. 그들이 거주하는 지하 터널은 극한의 환경이지만 니쿠는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서 재미와 가족애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니쿠는 심한 병에 걸려 NGO 활동가인 랄루카와 병원에 가게 된다. 니쿠는 랄루카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모색할까, 아니면 건강을 극도로 해치는 터널의 자유분방한 삶으로 돌아갈까? 영화는 니쿠의 선택이나 브루스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 터널은 이미 거리 소년 공동체의 기반이 되었으며, 그들은 그 생활에 중독되다시피 길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니쿠의 병이 악화되는 순간 카메라는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니쿠의 삶에도 다른 선택지가 발생한다. 이 사건은 오래 함께해온 타인의 삶 앞에서 다큐멘터리 카메라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영화적인 순간이 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