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중일전쟁 시기 하얼빈에 주둔했던 일본군 731부대는 비밀리에 생물학전 관련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전쟁포로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은 물론 길림성, 절강성, 강서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민간인들의 몸에 치명적인 세균을 주입하기도 했다. <기억과 망각>에서 감독은 절강성 농촌 마을의 생존자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동행하며 이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10세 이전의 어린 나이에 세균주입을 당한 생존자들은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으며 수십 년간 침묵 속에 살아왔다. 이제 그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기억도 희미해져 가고 있는 상황. 한편으로 영화는 생존해 있는 일부 731 부대원들의 인터뷰도 시도한다. 피해자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음에도 정정하게 살아있는 그들은 비밀서약을 내세우며 증언을 회피하거나, 자신은 관여한 바 없다는 말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점차 악화하고 있는 피해자의 상처와 꾹 다문 가해자의 입, 그리고 차츰 잊혀가는 이들 모두의 기억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안타까움은 커져만 간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