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침마다 엄마는 일어나 나를 위해 점심을 준비한 후 집을 나선다. 저녁마다 엄마는 집에 돌아와 씻은 후 안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9시쯤 잠자리에 든다. 우리 모녀는 몇 십 년 동안이나 같은 공간을 공유해 왔음에도, 한 지붕 아래 사는 남보다 못한 존재로 서로를 대해 왔다. 반갑다는 인사도 잘 가라는 인사도 없다. "사랑한다"는 말은 더더욱 없다. 침묵이 집안을 감돈다. 귀청이 터질듯한 침묵의 저편에는 엄마를 강하게 짓누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고, 꽉 다문 입술의 저편에는 엄마를 숨 막히게 하는 수치심이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와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과연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과연 우리 모녀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파묻혀 있던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것일까?
(출처 :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