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여기 한 * 원로 조각가의 제작소에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인해 제작이 중단되어 그 골조만 남아있는 한 인물의 기념상이 있다. 5M 가까이 되는 그것의 높이만 보더라도 이 인물을 향한 경외심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는 아직 시대가 그를 제대로 떠나 보내지 못하였다는 것의 반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영상 제작을 통해 제대로 그를 떠나보내기 위한 일종의 (나만의 그를 위한) 장례식을 기획 하였다. 물론 나에게는 암살당한 독재자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신격/영웅화된 그이기에 이에 걸맞게 보다 웅장하고 스펙타클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드론 전문 촬영감독을 섭외하였다.
하지만 공간이 철재 제작소의 실내라는 점으로 인한 드론의 위성 GPS 기능의 오류 그리고 이 기념상을 받치고 감싸고 있는 철제 지지대를 피하려는 드론의 충돌방지 센서 때문에 드론은 조종자(촬영감독)의 조종을 계속 거부한다 . 이와 같이 처음에 의도한 대로 촬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이를 무릅쓰고 계속 진행된 촬영중에 드론은 입력한 궤도를 거부, 이탈하여 그 인물의 골조를 받치고 선 철제기둥에 부딪혀 추락하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난다.
*광화문의 세종대왕 기념상을 제작한 원로 조각가로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의 역대 대통령의 조각상을 제작한 작가이다.
(출처 : 제17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