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미국의 동맹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은 이를 통해 이른바 ‘베트남 특수’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냈고, 이는 곧 참전용사들의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베트남 곳곳에서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하지만 한국 정부는 언급을 피하고 있는, 민간인 학살사건이 있다.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퐁니 퐁넛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응우옌 티 탄 씨를 기록한다. 여덟 살 때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도 큰 상처를 입은 채 홀로 살아남았던 그녀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공개 증언하고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인물이다. 그녀가 증언하기까지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그녀를 지원했고, 정부를 대신해 사과를 전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단호하다. 잘못은 저지른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 이 커다란 전쟁의 비극 앞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질문하는 이 영화의 도입부에 한국을 찾은 그녀가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담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허경]
(출처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