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타인이 하는 말보다 그 사람이 거하는 방에 들어섰을 때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배치된 사물 하나하나, 그 방에서 풍기는 냄새와 분위기, 머무른 흔적들이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그 사람을 드러낸다. 휴식, 잠, 출산, 욕망, 사랑, 명상 독서 등 존재의 무대로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이 방에서 일어난다. 그렇기에 사적인 공간으로서의 방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칸트의 표현에 따르면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물들이다. 방은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구체화한다. 밀폐된 방은 마치 카메라 옵스큐라처럼 공간적인 정착을 은밀하게 담고서 한 자아의 정치구조를 드러낸다. 어쩌면 삶이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