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흔 셋,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취업준비를 하며 보내던 어느 날,
나의 가족이자 오랜 친구인 할머니가 먼 곳으로 떠나려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직 나는 할머니를 보낼 수 없어 곁에서 지키기로 했다.
"할머니 죽으믄 나도 못 본디 괜찮애?"
무서우면 할머니를 가장 먼저 찾던 아이,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던 아이,
이제 훌쩍 자란 나는 어느새 작아진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할머니, 내가 영화 열심히 찍을 테니까 다 보고 돌아가셔. 그 전에 돌아가시면 안돼”
(출처 : 보도자료)
“가자 인자. 깐닥 깐닥.
구경 잘 했다.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집 근처 가까운 저수지를 구경하고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며 하셨던 말씀이다.
삶은 어쩌면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세상 구경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에게 아직 죽음은 멀고 두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이제 저승으로 시집가야겠다’며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를 보며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음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
죽음이 이제 세상 구경을 마치고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나는 할머니를 기꺼이 즐겁게 보내드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찾아올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그렇게 맞이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을 축제처럼 맞이하기 위해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출처 : 2015 서울독립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