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 영화의 주인공인 지존파는 94년 '돈 많은 부자들을 죽이겠다'는 강령 아래 총 5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죽은 시체를 나눠먹었던 희대의 연쇄살인범 집단이다. 나는 이 영화가 살인이란 행위가 가진 특수성, 그 광기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을 가장 극단적인 폭력으로 보복하려했던 최초의 연쇄살인범 집단으로 재정의한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지존파가 남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악마의 씨’라고 호명되며 우리에게 잊혀졌던 그들의 범죄는 문명사회라 주장하지만 스스로 내면화시켰던 시대의 폭력성에 기인하고 있다. 법과 정의란 이름으로 그들에게 단죄를 내렸던 90년대, 사건의 남겨진 조각 속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이미지가 들려주는 진실들은 영원히 되풀이되는 구전동화이자,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