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재년과 우영. 그들 역시 8년 간의 오랜 만남 이후 다가온 결혼이라는 수순 앞에서 한국의 여느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흔의 나이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음이 조급해진 우영은 재년에게 몇 차례의 공개 프러포즈로 결혼을 서두른다. 반면, 처음 프러포즈를 받고 설레던 재년은 시간이 갈수록 결혼에 대한 부담으로 좀체 답을 내지 못한다. 이 속에서 재년을 받아들이는(!) 시어머니의 인터뷰가 덧붙여지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가부장적 관습에 점점 숨이 가빠온다.
<나비와 바다>는 가부장적 관습 속에서 결혼이란 제도가‘ 장애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전반부는 우영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담고 있다. 결혼이 결정되면서부터는 장애인 아들을 둔 시어머니의 관점이 가시화된다. 상대적으로, 재년의 입장은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짐작케 할 뿐이다. 마치 결혼 생활에서 아내와 며느리와 어머니의 역할이 그러하듯이 그녀는 주변화된다. 문전수거 환경미화원의 이야기로 부산영화제에 참가했던 박배일 감독은 이번에도 무거운 주제를 따뜻한 시선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는 공감의 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홍효숙) (16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