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명박정권이 들어선 뒤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열악한 생존 환경에 놓이게 되고, 설살가상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2008년 봄,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정부에 대해 저항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일어나지만 정부는 여전히 소통불능에 빠져 있다. 이런 때 문규현신부와 수경스님, 전종훈신부가 오체투지에 나서게 된다. 지리산 하악단에서 계룡산 중악단, 묘향산 상악단을 목표로 시작한 긴 고행… 이들은 왜 순례길에 나섰나? 환경문제일까? 아니면 정치적 항의일까? 그도 저도 아닌 종교적 이유일까? 순례를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들의 오체투지 순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순례길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간간이 드러나는 발언을 통해 순례 목적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정작 이들은 말을 아낀다. 이들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연출의도. ‘오체투지 다이어리’는 오체투지라는 고행을 통해 스스로의 성찰과 사회적 성찰을 촉구한 성직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수경스님은 오체투지를 통해 “나를 바로 세우길 간절히 발원할 따름”이며, “세상에서 가장 힘겹고 외로운 누군가가 땅바닥에 엎드려 자신과 같이 어깨를 들썩이는 걸 알고 작은 위안이라도 얻었으면 좋겠다” 는 겸손한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순례가 성직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 사회, 종교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 이를 위해 어떤 가치관이 필요한가? 바람직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응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리산에서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두 달 여의 순례길을 좇으며, 성직자들의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순례길에 동참한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행위가 주는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는 이 작업이 한국사회가 살만한 곳으로 변화하길 갈망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공감, 그리고 연대를 위한 작은 계기라도 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아마추어다. 다큐를 잘 만들 수 있는 실력도, 예산도 없었다. 따라서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퍼블릭 액세스가 옳다는 신념이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다큐를 통해 위로와 공감, 혹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할 의지가 생긴다면 그것으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