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전쟁 고아로 태어나 배고픔 때문에 1만5천원을 받고 기지촌에 자신의 몸을 묻어버린 여인.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서 미국 땅을 밟았지만 이내 미군이었던 남편의 폭력과 외도에 질려 귀향을 택한 여인, 오십이 넘었지만 알코올에 절어 비가 오는 날에도 문 밖에서 달러를 기다리는 여인. 이들을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두레방에서 미술작업을 하며 재활의지를 다지지만, 신경증처럼 도지는 유혹의 손길에 괴로워하는 기지촌 여인들의 ‘낮은 목소리’를 담았다. 카메라가 클로즈업한 이들의 그림에서 악몽 같은 50년 세월의 흔적이 스치고, 그럼에도 아직 생기를 잃지 않은 희망들이 반짝일 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기지촌에 흘러든 필리핀, 러시아 여인들과 그림을 ‘나누는’ 후반부의 장면도 가슴 훈훈해지는 대목.
두레방에서 처음 만난 그녀들, 낯선 대상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을 ‘미술시간’을 통해 점차 해소해 간다. 주인공은 논과 밭에서 미나리를 뜯으며 아침을 보내며 오후에는 두레방에서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하루를 보낸다. 카메라는 주인공과 함께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듣게 된다.
오래된 편견으로 바라보던 낯선 대상인 기지촌 여성들은 그들이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며 비로소 친숙한 이미지로 대체된다.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자기 안에 자리 잡은 편견과 마주하며 그것이 불러온 수많은 차별과 배제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