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비주류의 저항담론
‘대안적 연대기’는 본인의 전(前) 호적지인 경상남도 함안군 여항면 내곡리를 1년여 동안 참여 관찰하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이 지역 여성노인들의 생활을 기록한 실험적인 영상물이다. 농업과 축산업을 통한 소득으로 소비재를 구입해서 사용해온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내곡리는 높은 산들이 벽처럼 에워싸고 있어서 면적이 작을 뿐 아니라, 이농현상으로 인해 적은 가구 수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는 인구의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며 이씨 혹은 조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며, 성별로 보면 여성들이 더 많이 생존해 있고 거의가 혈연과 친족 혹은 동무 관계로 엮여 있다.
내곡리에 사는 여성노인들이 반 세기가 훨씬 넘는 동안 각자 서로 다른 강도로 겪은 가부장제의 성별화된 경험이 작품 ‘대안적 연대기’의 심미적 구성에 중요한 인자가 된다. 이 여성들이 口頭로 밝히는 삶의 흔적들을 담고 정리하면서 제도 및 개인 의식 속에 있는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발견하게 된다. 여성의 열등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공리가 공동체 내에서 하나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양한 가부장적 담론의 망을 통하여 여성성을 규정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내부에 있는 ‘남성의 눈’을 의식하는 순간, 이들의 언어가 부성주의적 관습을 답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고정적인 구조로 파악하지 않으며, 그 통찰이 특정 역사적 순간에 가능한 변화하는 양식일 뿐이라며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에 대해 스스로가 언급하면서 저항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효율적 생산성을 가지고 긍정성을 지닌다. 이야기하기(story-telling)는 과거가 현재에 ‘말을 걸게’ 함으로써 역사를 재구성한다.
(EXiS2009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