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008년 4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가 총선에 출마했다. 종로구에 진보신당 소속으로 출마한 기호 6번 최현숙이 바로 그 사람.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는 최현숙의 출마 과정과 14일간의 선거운동을 따라가면서 레즈비언 정치인의 등장과 그의 선거운동이 대한민국에 남긴 다양한 화두들을 점검해 간다. 레즈비언 후보임을 전면적으로 내걸었던 최현숙의 정치도전은 개인적 차원의 커밍아웃을 넘어서는 지점을 담보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정치가가 사적인 성적 취향을 밝히는 불필요한 커밍아웃이 아니라, 레즈비언이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망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를 시험해보고 대한민국 성소수자 현실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2008년, 최현숙 선본의 용기 있는 도전과 그들이 부딪히게 되는 현실의 벽을 통해 어떻게 성소수자를 이 사회 속에서‘보이게’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성소수자 문제를 그 개인의 삶을 넘어서는 사회적인 이슈로 확장해 갈 것인가, 그리고 성소수자의 현실 정치 개입과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대중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는 최현숙 개인의 삶보다는 그녀의 정치도전이라는 공적 사건에 집중하면서, 성소수자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해 왔던 한국의 레즈비언 비디오 액티비즘과는 다소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현재 처해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지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담론과 전략이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손희정) [서울국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