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한국영상자료원은 원로영화인들에 대한 영상평전 작업을 해왔다. 그것은 무관심 속에 소멸해가는 그들의 기록을 뒤늦게나마 지금부터라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제는 그나마 생존해 계셨던 원로선배들이 우리의 작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는 양주남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양주남 감독은 1960년대 이후 영화계와 일체 연락을 끊고 칩거해 오셨다. 처음 우리가 섭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로 방문을 허락받고자 했을 때 감독님은 단호히 거절하셨고, 어렵사리 허락을 얻어 방문한 때가 6월 19일이었다. 방문하여 사정말씀을 드렸지만 오랜 동안의 칩거생활로 인해 당시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으셨다. 당시 우리는 과연 양주남 감독님에 대한 영상평전 작업이 가능한가에 대한 많은 회의가 들었지만 지금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으로 강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주남 감독에 대한 자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작업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줄 수 있는 연출자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결론은 변영주 감독이었다. 변영주 감독의 동의는 구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양주남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구성이 연출보다는 더 중요하고 비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 차례의 기획회의를 거쳐 8월 하순에 마지막 회의를 가지고 다큐멘터리의 구성을 시나리오 작가인 송길한 선생님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1998년 10월 8일 촬영을 개시하여 11월 7일까지 김수용 감독님, 이은관 선생님, 이도원 선생님을 포함한 인터뷰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11월 19일부터 편집을 시작하여 11월 26일에 최종적으로 마무리를 하고 11월 29일에 나레이션 작업을 하였다. 이제는 최종 결과에 대한 평가만이 남았다. 하지만 원로영화인에 대한 기록작업은 시작일 뿐이며, 이 작업을 통해 우리 영화의 역사는 더 이상 신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