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퀴어영화로 공식 기록된 작품은 <내일로 흐르는 강>(1995, 박재호)이다. ‘왜? 이 영화가 최초의 퀴어영화냐?’고 묻는다면 일반적으로 게이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고 성소수자 문화를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퀴어영화는 퀴어다움의 정의에 따라 얼마든지 그것을 소급적으로 적용해 그 외연을 확장해갈 수 있다. 따라서 최초의 퀴어영화 자리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언제나 뒤바뀔 수 있다.”(김경태, 『한국퀴어영화사』) 고 답하는 것이 ‘퀴어’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드러내는 데 더 적합할 것이다. 즉 ‘퀴어영화’는 그 자체로 고정된 범주가 아니므로 관객의 독해에 따라 그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기획전 ‘숨겨진 퀴어영화를 찾아서’는 <내일로 흐르는 강> 개봉 이전 한국영화들 중 성소수자를 재현한 영화들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지금 이 영화들을 보는 것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동윤 프로그래머가 책에서 밝혔듯 “과거 성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사회적으로 왜곡된 현실에서 이상적인 퀴어영화를 찾는 것은 오히려 퀴어영화에 대한 논의를 협소하는 결과”(이동윤, 『한국퀴어영화사』)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재현 및 시선에 불편함이 느껴지더라도 포함해 상영하고자한다. 상영하는 영화들은 이미 발굴된 영화들이지만 새롭게 독해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숨겨진’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나아가 새로운 퀴어다움을 발견하고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은 한국영화들을 퀴어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영화 목록은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발간한 『한국퀴어영화사』와 『한국트랜스젠더영화사』의 분류를 기초로 하고 있다. ‘퀴어영화’와 ‘트랜스젠더영화’는 입장에 따라 서로 견제하는 위치이지만 이번 기획전에서 ‘퀴어영화’와 ‘트랜스젠더영화’를 정치(精緻)하게 나누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다소 범박하게 ‘이성애 규범에 벗어나 이에 맞선 것’을 ‘퀴어영화’로 규정하고 ‘트랜스젠더영화’들 또한 퀴어영화에 포함시켰다.
※ <금욕>, <달빛 멜로디>, <밤의 열기속으로>는 화질이 떨어져 관람이 힘들 수 있으나,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없었던 영화라는 점에서 공개를 결정함.
※ 상영작은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출간한 한국퀴어영화사를 기초로 작성하였음.
상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