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삼공일 삼공이(301,302) 박철수, 1995
“물론 친하게 지냈어요. 이웃이니까요.”
삶과 공간의 질을 상향 평준화했다는 점에서 아파트는 제 역할을 다했지만, 갈수록 분화되어가는 개인과 개인의 욕망은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공간과 불화하기 시작했다. <301, 302>에서 “새희망 바이오 아파트”라는 세기말적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두 여성에게 가해지고 있는 갖은 사회적인 압력의 시각화이자, 개별적인 욕망을 무화하는 소각로이며, 관계 맺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독방이다. 두 여성의 억눌린 욕망이 서로 만나 기이하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분출될 때, 아이러니하게도 301호 여자와 302호 여자는 마침내 자신을 가두고 있던 벽들을 벗어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타인과의 온전한 관계 맺기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아파트 유토피아가 도달한 파국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