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국제관계의 속성을 감안하면 한국과 미국이 70년 째 적극적인 형태의 안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특별하다.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펼쳐지고 있는 국제관계 속에서 이토록 오랜 기간 원조국가로, 우방으로, 동반자로 함께 해 오고 있다는 것은 두 나라가 일정 부분 공동의 운명체로 결속되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 한 측면에서 한국전쟁기와 그 이후 10여 년 이상 지속됐던 대한미군원조 활동은 동아시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군사적 평화와 사회 안정을 공고히 하고자 했던, 다시 말해 안보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된 ‘군사원조’의 성격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군과 미군이 주축이 된 유엔군의 대한원조체제는 주한 유엔민간원조사령부(UNCACK), 한국민사원조처(KCAC) 등의 체계로 변모하며 한국에 대한 구호, 재건, 복구 지원사업을 꾸준히 수행했다. 특히 미군대한원조(AFAK) 프로그램은 미군이 물자와 장비, 그리고 가능한 수준의 군 인력을 지원하고 지역에서 인력을 투입하는 소규모 지역사회 재건 프로그램으로서 1953년 11월부터 시작해 1971년까지 총 6,695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프로그램 성격상 주로 미군 부대 주둔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병원, 고아원 등의 지역사회의 공공시설을 건설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여 선보이는 이번 KMDb VOD 기획전은 그간 국내에 공개된 적이 없거나 공개됐더라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6개의 미군 촬영 영상으로 구성하여, 한국전쟁과 폐허, 대한 원조, 그리고 재건된 모습까지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영상들은 체제 홍보와 보고의 목적으로 촬영돼 상당 부분 연출의 느낌이 농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로 통제할 수 없는 정서적인 순간들이 예상치 못하게 숨어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한국 지역민들이 원조를 수동적으로 받는 태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의하고 고민하여 재건 프로젝트를 일궈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도와 사실, 연출과 진실을 갈라 헤쳐 놓고 영상 바깥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기록영상을 감상하는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상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