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히로히토 일왕의 항복 방송은 한국에서도 경성방송을 통해 전역에 송출되었다. 자그마치 36년간 지속된 일제강점기가 거짓말처럼 끝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연합군으로부터 38선 이남의 질서 유지 권한을 위임받은 일본군은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고 단기간에 헌병 병력을 증원시키며 한반도 내 치안권을 장악했다. 9월 8일에야 인천에 도착한 미군에 의해 일본은 항복문서에 서명을 했고, 한반도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9월 9일 조선총독부 앞마당에서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올라가는 순간, 현장에 모여 박수를 쳤던 인파들은 혼란과 갈등 대신 희망으로 가득한 미래를 꿈꿨을지도 모른다. 형무소에 억울하게 갇혔던 죄수들은 석방되기 시작했고, 저마다 감춰뒀던 태극기를 꺼냈으며, 조선말을 금지하는 억압에서 벗어난 당대 문인들은 앞다퉈 해방에 대한 작품을 쏟아냈고, 화가들은 일본화풍을 버리고 조선의 풍토를 관찰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자고 다짐했다. 일시적이기는 해도 해방이 가져온 희망의 분위기는 적어도 이승만의 귀국(10월)과 신탁 통치 파동(12월)이 있기 전까지는 지속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KMDb VOD 기획전은 1945년 9월의 한반도를 담은 기록영상 다섯 편을 통해 1945년 해방 직후의 표정들을 일부분이나마 엿보고자 한다. 미군이 제작한 이 영상들에 담긴 해방 직후의 한반도의 초가을은 고즈넉해 보일 정도로 조용하고(<경성 비행장>),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왠지 모를 흥분으로 가득하며(<1945년 부산의 미군 진주 환영 시가행진>), 평화로운 가운데 활력이 넘치고(<경성에 진주하는 미군들, 제주도의 일본 항복 조인식>) 무엇보다 미편집된 영상자료 특유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로부터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와 함께 수집하여 최상의 화질로 복원한 다섯 편의 기록영상은 온라인 VOD 형태로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이 글은 고려대 한국근현대영상아카이브의 해당 영상 관련 해제와 한국영상자료원 1950년 이전 기록영상 연구용역(2021, 연구: 석지훈)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상영작은 모두 사운드가 없는 무성이니, 관람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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