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하늘을 나는 춤의 액션: <비천무>(김영준, 2000) 월간 스크린 ㊲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20-02-25조회 10,491
비천무 스틸

2000년 | 태원엔터테인먼트

감독: 김영준 | 원작: 김혜린 | 각본: 정용기 김영준 | 제작: 정태원 | 촬영: 변희성 김태환 | 미술: 오상만 | 음악: 김준선

CAST 신하: 신현준 | 설리: 김희선 | 준광: 정진영 | 라이: 장동직 | 타루가: 김학철 | 곽정: 기주봉 | 사준: 서태화 | 창룡: 이한갈 | 아신: 김수로 | 아리수: 류현경

<쉬리>(강제규, 1999) 이후 한국영화에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자본’입니다. 충무로에 돈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예전엔 시도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등장합니다. <비천무>는 당시까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약 40억 원)를 들인 영화였습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이 영화는, 원작 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고, 특히 중국 로케이션을 개척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천무>는 김혜린의 만화를 원작으로 김영준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운명을 초월한 사랑과 그것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무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역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죠. 표면적으로는 고려 유민의 후예 진하, 몽고 장군과 한족 첩의 서녀인 설리, 한족 권문 세가의 자손 준광 사이에 흐르는 숙명적 사랑과 비극적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그와 함께 14세기 원나라 말엽을 살아간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욕망, 애증, 배신, 갈등 등을 비장미 있게 담아냅니다.
 
 

황포강의 서늘한 바람을 등지고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600킬로미터에 있는 횡점에 청명상하도 세트장이 있습니다. 버스로 7시간 정도 되는 거리죠. 이곳은 120여 채의 건물, 6량의 다리, 9개의 부두, 6척의 배가 있는 당대 중국 최대 규모의 세트장이었는데요, 북송 시기의 생활상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었습니다. 촬영이 없을 때는 관광지로 이용됩니다.
 
  

원수의 손에 모든 것을 잃은 뒤 분노의 화신 자하랑으로 다시 태어난 진하 역의 신현준입니다. 자하랑은 ‘자줏빛 이리’라는 뜻이죠. 그는 이후 설리와 재회하지만, 그들 사이엔 이미 세월의 강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눈 설(雪) 배꽃 리(梨)’, 설리 역을 맡은 김희선의 모습입니다. 순수함을 대변하는 몽고의 여인 설리는 고려 유민의 아들 진하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합니다.
 

권문세가의 아들 준광 역의 정진영입니다.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잃어야 하는 슬픔으로 분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진하와 준광은 강호의 의리를 나눈 친구지만 설리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두고 갈등에 사로잡힙니다.
 

현장 공개 신에서 설리는 아들에게 무술을 가르칩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 탓에 독감에 걸린 김희선은 액션 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여러 번 재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신현준과 김영준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호흡을 맞춰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두 사람은 종종 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다는 후문입니다.
 
 

스태프들은 넓은 세트장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습니다. 현장에서 언어 문제가 가장 중요했는데요, 한국 스태프들이 기초적인 중국어를 익히긴 했지만 때로는 한 장면을 정확히 설명하느라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제작비 40억 원은 당시까지 한국영화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가 중국 내 판권 구매를 담보로 42만 달러(약 5억 원) 상당의 현물 투자를 했습니다.
 

<비천무>의 액션은 중국 무술의 ‘찌르기’의 현란한 기교와 일본 단칼 승부의 정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베기’와 ‘회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액션 신의 비중이 큰 <비천무> 현장에선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습니다. 무술감독 마위청은 <동방불패> 시리즈의 무술팀 일원이었으며, <모험왕>(1995)의 무술감독이었습니다. 
 
 

진하를 엄호하는 열명의 무사 ‘철기십조’가 지붕 위를 날아다니듯 누비는 장면은 이<비천무>의 압권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크레인 2대에 열명의 배우가 나누어 매달리는 와이어 액션 기법이 동원되었습니다. 세트로 준비한 기와지만 수십 장이 깨질 때는 제작진이 무척 긴장해야 했습니다.
 
 

철기십조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지붕에 떨어져서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당시 김영준 감독은 촬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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