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박찬욱, 복수의 시작: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2002) 월간 스크린 ㉝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6-12조회 15,097
복수는 나의 것 스틸

2002년 | 스튜디오박스

감독: 박찬욱 | 각본: 박찬욱 이무영 이재순 이종용 | 제작: 임진규 | 촬영: 김병일 | 미술: 오상만 오재원 최정화 | 음악: 어어부 프로젝트

CAST 동진: 송강호 | 류: 신하균 | 영미: 배두나 | 류 누나: 임지은 | 유선: 한보배 


박찬욱 감독의 이른바 ‘복수 3부작’은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2005)가 이어지면서, 마치 사후평가처럼 3부작이 완성되었죠. 그렇다면 <복수의 나의 것>은 그 시작인 셈인데요, 혹자는 3부작 중에, 혹은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서 그의 최고작으로 꼽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큰 성공 이후 작품이라, 제작 전부터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는데요, 제작 발표회와 두 번에 걸친 현장 공개엔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습니다.
 
 
제작 발표회는 2001년 7월 24일에 열렸습니다. 장소는 종각의 국세청빌딩. 영화 제작 발표회가 열리는 공간으로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곳이었는데요, 천장이 높기에 다소 소리의 울림이 있긴 했지만 나름 신선했습니다. 이날 ‘하드보일드’라는 장르 컨셉트가 공개되었고요. 기자 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감정이 풍부한 영화였다면, 이번엔 반대로 건조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왼쪽부터 박찬욱 감독, 신하균과 배두나, 그리고 아역 한보배를 안고 있는 송강호입니다. 한보배는 이 영화로 데뷔해 최근까지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중인데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꼬마가 이젠 20대 중반의 숙녀가 되었습니다.
 
 
제작 발표회 3주 후에 첫 촬영 현장 공개가 이뤄졌습니다. 공개된 장면은 거의 첫 촬영에 해당하는 지하철 역 장면. 버티고개역에서 이뤄졌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엔 대사 없는 신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이 장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동진(송강호)의 딸인 유선(한보배)을 유괴한 류(신하균)와 영미(배두나)는 몸값을 요구합니다. 이에 동진은 돈 가방을 들고 유괴범의 지령에 따르는데요, 영미는 조심스럽게 동진의 뒤를 밟습니다.
 

초췌한 모습의 동진입니다. 이 신의 차가운 그린 톤은 지하철 역의 형광등 80개를 갈아 끼워 만들어낸 톤이었습니다. 
 
 
김병일 촬영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이 첫 작품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인 1985년에 촬영 쪽 일을 시작한 그는 1990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000년까지 외국에서 광고와 다큐멘터리 등에서 일했는데요, 충무로에서 ‘촬영감독’이라는 직함을 단 첫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며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촬영상을 수상합니다. 이후 <중독>(박영훈, 2002)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 등의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2000)와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2001)는 ‘내가 아니면 안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했던 작품이고, <복수는 나의 것>은 ‘나한테 이 작품이 온 게 천만 다행이야’라는 고마움을 느꼈던 작품이에요.” 배두나의 필모그래피에서 <복수는 나의 것>의 영미는 어떤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었는데요, 이 영화를 통해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급속도로 확장되었죠.
 

   
첫 촬영인 만큼 현장의 긴장감은 꽤 강도가 높았습니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송강호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박찬욱 감독도 마찬가지고요. 이날은 자신의 분량이 없었음에도 신하균이 현장을 찾았는데요, 신하균과 송강호는 무려 네 편의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그 시작은 <공동경비구역 JSA>였고요,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친절한 금자씨>에서 짝을 이뤄 카메오 출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박쥐>(2009)에서도 공연했죠. 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부딪혔던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배두나와 박찬욱 감독이 현장에서 파안대소하고 있는데요, 이 순간을 사진기자들이 놓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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