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그 시절, 신나는 춤판: <해적, 디스코왕 되다>(김동원, 2002) 월간 스크린 ㉜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9-06-04조회 11,131
해적 디스코왕 되다 스틸

2002년 | 기획시대

감독: 김동원 | 각본: 김은화 | 각색: 김동원 노진수 연미정 | 제작: 유인택 | 촬영: 전조명 | 미술: 김희정 장춘섭 | 음악: 조성우

CAST 해적: 이정진 | 봉팔: 임창정 | 성기: 양동근 | 봉자: 한채영 | 큰형님: 이대근 | 봉팔 부: 김인문 | 해적 모: 김영애 | 성기 모: 김선화 | 배 사장: 안석환 | 제비: 정은표

2000년대 초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가 열리면서 새로운 현상이 하나 생깁니다. 젊은 감독들의 등장이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2002)의 모지은 감독이나 <일단뛰어>(2002)의 조의석 감독 등은 모두 20대에 데뷔를 했는데요,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도제 시스템을 거의 거치지 않고 단편 작업을 통해 인정을 받아 20대에 첫 장편을 만들 수 있었죠. <해적, 디스코왕 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1999년에 만든 단편 <81,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를 토대로 김동원 감독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가 배경인 이 영화의 현장 공개는 화곡동의 한국관 나이트에서 이뤄졌습니다. 디스코 경연 대회 장면은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클라이맥스였는데요, 그 중심에 바로 ‘해적’이라 불리는 사나이 이정진이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분홍 블라우스에 ‘쫄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제대로 복고였죠. <해변으로 가다>(김인수, 2000)에 이은 두 번째 영화 출연작에서 처음으로 원 톱 주연을 맡았습니다. 
 

어색하면서도 나름의 스타일로 춤을 추는 해적. 나중엔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옷까지 벗어 던집니다.
 
 
중동 간 아버지와 춤바람 난 어머니 밑에서 바르게(?) 자란 청년 성기 역의 양동근입니다. 성기는 친구 봉팔(임창정)의 동생인 봉자(한채영)을 구하기 위해, 해적을 도와 춤 선생을 자처하죠. 이정진과는 <해변으로 가다>에 이어 두 번째 함께 하는 작품입니다. 한편 양동근이 처음 관심 있었던 역할은 엉뚱하게도 안석환이 맡은 ‘배 사장’ 역할이었다고 하네요. 
 
 
봉자 역의 한채영입니다. 첫눈에 해적을 홀려버린 그녀는 돈을 벌어 집안을 구하겠다는 일념에 룸살롱에 나가고,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해적은 경연대회 우승을 노립니다. 한채영은 <찍히면 죽는다>(김기훈, 2000)에 이어 두 번째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모니터 앞에 모여 있는 배우들과 감독의 모습이 자못 심각하다면, 촬영 중간중간엔 박장대소를 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현장 분위기의 중심인 봉팔 역의 임창정이 있었는데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봉팔이는 아이큐가 92 정도 되는 아이에요. 바보는 아닌데 기억력이 너무 짧아 뭔가를 자꾸 잊어버리는 아이.” 한편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자신의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사실 해적 역으로 먼저 캐스팅 뉴스가 나갔던 배우는 아이돌 그룹 ‘신화’의 전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정진이 맡게 되었죠. 김동원 감독은 “처음엔 전진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에요. 정진이가 너무 열심히 잘해줬어요”라고 말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촬영 속에서 피곤한 양동근이 촬영 사이에 틈을 내 쪽잠을 자고 있습니다. 
 
 
1974년생인 김동원 감독은 서울예술대학 재학 시절 만든 단편 <81,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를 통해 첫 장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2000) 연출부를 거쳤고요.
 

성기 엄마(김선화)와 춤 바람 난 댄스 강사 역의 정은표입니다. 일명 ‘제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역시 인상적인 헤어 스타일의 소유자입니다.
 
 
황제 디스코텍에 봉자를 빼앗긴 후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배 사장 역의 안석환입니다. 그러나 황제 디스코텍의 사장(이대근)이 만만치 않은 거물인지라, 찍소리도 못하죠. 디스코 경연 대회를 염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경연 대회 사회자 역할로 개그맨 서승만이 특별 출연을 했습니다. 
 
 
첫 영화를 마친 김동원 감독은 벌써(!) 두 번째 영화에 대해 말합니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우묵배미의 사랑 2> 같은 영화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전 강남이 싫어요. 서민들 생활을 그리는 게 더 편하죠.”
 
 
OB 맥주, 써니 텐, 솔 담배…. 1980년대를 드러내는 소품들입니다.
 
 
좁은 현장에서 1980년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카메라를 잡은 사람은 전조명 촬영감독이었습니다. 1959년부터 촬영을 시작하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시죠. 1933년생이시니 촬영 당시 70세셨고, 현장에선 모두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큰어른이셨습니다. 주로 김수용 감독님과 호흡을 맞추셨는데요 <혈맥>(1963)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갯마을>(1965) 등이 전조명 촬영감독의 작품입니다. 대작인 임권택 감독의 <증언>(1973)을 비롯, 장길수 감독의 <레테의 연가>(1987),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1994), 이영재 감독의 <내 마음의 풍금>(1998), 김유진 감독의 <약속>(1998) 등에서도 작업하셨습니다. 그리고 2004년 <아홉살 인생>(윤인호, 2004)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셨습니다. 촬영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10여 편의 작품을 남기셨습니다. 

연관영화 : 해적 디스코왕 되다 (김동원 ,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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