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 씨네2000
감독:
김태용 민규동 | 원안:
김준희 윤성아 윤제균 차영하 하성실 황병조 | 각본: 김태용 민규동 인정옥 | 제작:
이춘연 | 촬영:
김윤수 | 미술:
오상만 이대훈 | 음악:
조성우
CAST 민아:
김규리(김민선) | 효신:
박예진 | 시은:
이영진 | 지원:
공효진 | 연안:
김재인 | 고형석:
백종학
벌써 이 영화가 나온 지 20년이 되었네요. 1998년 <
여고괴담>(
박기형)이 신드롬을 일으킨 후 1년 만에 나온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김태용 민규동, 1999)는, 속편이지만 전작과는 크게 다른 느낌의 독립된 작품처럼 여겨졌습니다. 1편만큼 큰 흥행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이 영화는 컬트적인 반응을 얻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죠. 독특하게 김태용, 민규동의 공동 연출 시스템으로 제작되기도 했고요. 김태용 감독의 설명처럼 “전편이 힘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개인의 감성에 대해 이야기”라고 있습니다. 동성 친구와 담임 선생님에 대한 효신의 사랑과 갈등엔 호러보다는 멜로의 요소가 훨씬 많았으니까요.
현장 공개는 10월에 있었습니다.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 지어진 교실 세트였죠. 효신(박예진)이 자살한 후, 아이들은 국어 교사인 고형석(백종학)과 효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국어 시간에 교과서를 교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거부합니다. 프로듀서 출신인 백종학은 <
강원도의 힘>(
홍상수, 1998,에 이어 두 번째로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수업을 거부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들입니다. “자, 여기 집중해봐! 저기, 조용하고 여기 보라니까! 슛 하면 준비하고 액션 하면 연기하는 거다!” 간단한 장면 같지만, 적잖은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백종학과 김태용 감독의 모습입니다. 이 영화는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의 공동 연출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 역할 분담에 대해 김태용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는 내가 연기 지도를 하고 규동이가 모니터 앞에 앉아 콘티를 점검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래요. 모니터 앞에 먼저 앉는 사람이 콘티를 보는 거죠. 의자가 하나밖에 없으면 늦게 온 사람이 앉을 수가 없으니까 연기 지도를 하게 되고요. 이건 농담 같은 진담이에요.”
효신이 세상을 떠난 후, 시은(이영진)은 효신의 반으로 찾아가 일기장을 찾습니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죠. 시은은 발로 의자를 차고 교실 밖으로 나갑니다.
효신의 책상 위에 놓인 국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적 비극’의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시은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각종 잡지를 보며 적합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나 모델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캐스팅 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날, 알고 보니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의 사진을 가져왔는데요, 바로 이영진이었죠. 강렬한 눈빛에 중성적 이미지를 지닌 육상부 시은은 어쩌면 이영진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던 셈입니다.
김태용 감독과 민규동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동기로 <
열일곱>(1997), <
창백한 푸른 점>(1998) 등의 단편을 함께 연출한 바 있습니다. “나는 무지 게으른데 규동이는 부지런해요. 그런 데서 약간은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김태용) “타이핑 속도가 빠른 내가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남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태용이가 현장 사람들을 통제한다든지 하는 식이죠.”(민규동) “규동이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 흔히 사소하고 미시적이라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죠. 나는 남들이 관심을 갖는, 거시적이고 큰 것에 관심을 갖는 편이고요.”(김태용) “태용이는 현실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꾸밈없이 그리려는 경향이 있어요. 나는 어릴 때 서양 동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국적이 없고 환상적인 걸 좋아하고요.”(민규동) “하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려는 점에서는 같죠.”(김태용)
세트장은 촬영 현장이라기보다는 실제 교실에 가까웠던 분위기였습니다. 아마 <여고괴담> 시리즈 다섯 편 중에서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싶고요.
이영진과 민규동 감독의 모습입니다. 민 감독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메가폰을 잡은 덴 여고생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세상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의 어느 시기보다 에너지가 높은 열일곱, 열여덟 나이 또래 아이들에 대해 할 말이 많았어요. 그리고 내 안에 없는 여성성에 대해,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억압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고요.”
이 영화를 보신 관객이라면 낯설게 느끼실 만한 장면입니다. 효신은 죽음을 결정하기 전, 교실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면서 그 환영에 시달립니다. 결국 이 대목은 최종 편집본에 들어가지 못하고 삭제되는데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신이 이렇게 잘려나갔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 민규동 감독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픈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박예진은 냉소적인 모범생 효신 역을 맡았습니다. PC통신 포럼을 통해 지원한 500여 명 중 오디션을 통해 뽑혔습니다.
“사실 ‘여고’에는 관심이 많은데 ‘괴담’이어야 한다는 게 좀 어려웠어요. 전편은 학교라는 공간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사회 전반에 가해지는 폭력성이라는 화두를 갖고 있어요. 살인이 일어나고 그것에 복수하고… 그로 인한 통쾌함이 있는 거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한 소녀가 갖고 있는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고 할까요?”(김태용) “전편은 입시로 스트레스를 받는 1980년대 여고의 상황을 그렸어요. 하지만 1999년의 여고생들은 입시 외적인 문제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죠. 두 번째 이야기는 그 현실을 그렸고 다음 세기에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은 상처와 슬픔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6mm 디지털 단편을 찍을까 아니면 뭘 할까 고민하던 김태용 감독은 민규동 감독과 함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제안을 받고 “우리더러 장편영화를 찍으라고?”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기민 프로듀서를 만났고, 전적으로 두 감독에게 맡기겠다는 분위기여서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촬영이 이뤄진 양수리 종합 촬영소 세트입니다. 학교의 전체적인 모습은 창덕여고에서 촬영했습니다.
효신 역의 박예진입니다. 오디션 전에 보낸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고 그 결과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감정 이입이 뛰어난 신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