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 프리시네마
감독:
박광춘 | 각본:
설준석 | 각색:
박광춘 김은정 | 제작:
서우식 | 촬영:
김영철 | 미술:
오상만 이미지 | 음악: 미하엘 슈타우다허
CAST
강지석:
조인성 | 이희진:
신민아 | 이유정:
강래연 | 홍성혜:
박정아 | 심만호:
김수로 | 준호:
하정우(김성훈)
이른바 ‘스타의 리즈 시절’을 만나는 건 조금은 설레는 일입니다. 그들의 풋풋한 모습 때문이죠. <마들렌>은 조인성과 신민아의 20대 초반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지금은 배우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은 30대 배우가 되었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던 2002년에 조인성은 22살, 신민아는 19살이었습니다. 그들에겐 모두 두 번째 영화였고요. 말 그대로 ‘풋풋한’ 시절의 로맨스 영화였던 셈이죠.
현장 공개는 2002년 8월, 여름 밤이었습니다. 지석(조인성)과 희진(신민아)이 함께 마들렌을 나눠 먹는 장면이죠. 작가 지망생인 지석은 신문 배달을 하는데요, 연인인 희진은 새벽 길을 동행합니다. 지석이 새벽에 항상 마주치는 사람은 우유 배달을 하는 만호(김수로)입니다. 제빵 기술을 배우는 만호는 매일 자신이 만든 빵을 지석에게 주는데요, 그날엔 우연찮게 희진도 새벽의 ‘시식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죠.
촬영 장소는 이화동이었습니다. 옛 동네의 정취를 담고 있는 이곳은 작은 골목과 집들로 빼곡한 장소죠. 그리고 동숭교라는 소박한 느낌의 다리가 있습니다. 촬영은 바로 그 다리 위에서 이뤄졌습니다.
당돌한 희진은 처음 만난 만호에게, 흰 우유를 딸기 우유로 바꿔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조촐하게 마들렌 파티를 하는데요, 이때 지석은 문학도답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소설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서 시작되거든요. 그 기억의 계기가 되는 게 바로 이 ‘마들렌’이에요.” 약간은 문어체 스타일의 대사였는데요, 의외로 소화하기 힘든 대목이었고, 열 번 정도 테이크를 간 후에 OK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대사가 끝난 후에, 세 사람은 마들렌을 먹을 수 있었고요.
<마들렌>은 <
퇴마록>(1998)으로 데뷔한 박광춘 감독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전작과는 너무나 성격이 다른 작품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마들렌>에 삽입된 귀여운 컴퓨터그래픽 장면들은 감독 특유의 비주얼을 보여주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인을 해 달라며 동네 아이들이 조인성에게 몰려 왔습니다. 조인성은 짬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모두 사인을 해주었고요.
당시 조인성은 시트콤과 드라마를 통해 각광 받던 ‘라이징 스타’였습니다. 첫 영화는
장혁과 공연했던 프루트 챈 감독의 <
화장실 어디에요?>(2002)였는데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에게 <마들렌>은 본격적인 데뷔작 같은 작품이었죠. 지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조용하면서 자기 심지도 있고, 다른 사람 배려할 줄도 아는”, 매력적이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캐릭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강렬한 비주얼은 두 배우의 ‘기럭지’였습니다. 조인성은 187센티미터이고, 당시 신민아는 170센티미터 이상이었는데 계속 자라고 있었죠.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싸이더스HQ)의 절친이었는데요, 연기할 때 장단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점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었고요, 단점은 개인적으로 너무 친해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의 설레는 느낌을 표현하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는 거죠.
카메라를 잡은 김영철 촬영감독은 <
강원도의 힘>(
홍상수, 1998) <
정사>(
이재용, 1998) <
파이란>(
송해성, 2001)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마들렌>에서 박광춘 감독과 만났습니다(카메라 아래 안경 쓴 사람). 이날은 밤샘 촬영이었는데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날 현장엔 유독 동네 아이들이 많이 몰려 왔습니다.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곳에 앉아 현장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신민아는 <
화산고>(
김태균, 2001)에 이어 <마들렌>이 두 번째 영화였습니다. <화산고>의 유채이보다 <마들렌>의 희진은, 신민아의 실제 성격이 훨씬 많이 반영된 캐릭터였는데요, 촬영을 마치고 “평생에 단 한 번 쯤은 이렇게 솔직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조인성에게 <마들렌>은 처음으로 현장에서 집중력을 가지고 연기에 대해 고민했던 영화였습니다. “<마들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닮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예요. 슬프거나 박장대소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은근하게 다가오는 영화죠.”
멀리서 본 촬영 장소의 풍경과 부근 동네의 고즈넉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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