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안티히어로 형사, 강철중(1) : <공공의 적>(강우석, 2002) 월간스크린⑨ -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8-12-18조회 7,659
공공의적 스틸

2002년 | 시네마서비스

감독, 제작 : 강우석 | 원안: 구본한 | 각본: 김현정 정윤섭 백승재 채윤석 | 촬영: 김성복 | 미술: 오상만 최병근 | 음악: 조영욱 이우준 | 무술감독: 정두홍

CAST
강철중: 설경구 | 조규환: 이성재 | 엄 반장: 강신일 | 김 형사: 김정학 | 안수: 이문식 | 대길: 성지루 | 용만: 유해진

강우석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형사입니다. 1990년대 그가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발돋움한 결정적 계기는 <투캅스>(1993)였고, 1990년대 후반 슬럼프를 벗어나는 계기는 <공공의 적>(2002)이었죠. 특히 <공공의 적>의 강철중은 한국의 형사 영화 장르에서 독보적인 캐릭터입니다. 설경구라는 배우에게 최적화된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은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안티 히어로이며, 이후 <베테랑>(류승완, 2015)의 황정민이나 <범죄도시>(강윤성, 2017)의 마동석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선배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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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은 두 번에 걸쳐 현장 공개를 했습니다. 첫 공개는 2001년 7월 2일. 거의 크랭크인 날이었죠. 이 영화가 2002년 1월 설 시즌에 개봉한 것을 감안하면, 꽤 이른 현장 공개인 셈이고요. 장소는 강원도 동해의 옥계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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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장면은 영화의 실질적인 첫 장면, 즉 강철중(설경구)의 선배인 송 형사(기주봉)가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공공의 적>은 강철중의 내레이션으로 경찰이라는 직업의 애환과 비루한 현실을 도입부에서 보여주고, 강철중과 송 형사의 장면으로 넘어가죠.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한 후 증거품을 압수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인데요, 이때 송 형사는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는 거고, 송 형사는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쓴 채 자살합니다. 잠시 차 밖에 나가 있던 강철중은, 난데없는 총성에 놀라 차로 돌아오지만… 송 형사는 이미 죽어 있습니다. “미안하데이…”라는 독백 같은 유언을 남기고 말이죠.

공공의적 스틸
공공의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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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 앉아 있는 송 형사입니다. 관자놀이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장면이 실감 났었는데요, 사실 차 안에 있는 송 형사는 기주봉 배우가 연기한 게 아니죠. 특수분장 전문가인 신재호의 솜씨로 송 형사의 상반신만 만든 것인데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감쪽같습니다. 신재호는 <텔미썸딩>(장윤현, 1999)으로 그 솜씨를 본격적으로 인정받으며 2000년 이후 수많은 한국영화에서 작업했습니다. 
 

공공의적 스틸
 
<공공의 적>은 강우석 감독과 설경구가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실미도>(2003) <공공의 적 2>(2005)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 까지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집니다.

공공의적 스틸
공공의적 스틸

원래는 어둡거나 약간 빗발이 날리는 날씨를 소망했지만, 뙤약볕이 내리쬐었습니다. 그래서 구름이 끼었을 때를 맞춰 촬영에 들어가려고 하면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쉽지 않은 현장이었습니다. 

공공의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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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스타덤에 오른 설경구는 2002년 최고의 배우가 됩니다. <공공의 적> <오아시스>(이창동, 2002) <광복절 특사>(김상진, 2002)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그의 연기력과 흥행력의 정점을 보여주었죠. 현장에서 강우석 감독은 ‘동물적 감각’을 강철중이라는 캐릭터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공공의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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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은 저녁까지 이어졌고,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제작발표회에 이어 고사가 있었습니다. 강우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상진 감독이 차승원과 함께 현장을 찾았는데요, 차승원은 <공공의 적>의 이성재와 <신라의 달밤>(2001. 김상진)을 찍었고, 설경구와는 <광복절 특사>(2002. 김상진)를 찍게 되죠. 사실 <신라의 달밤>은 강우석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는데요 김상진 감독이 가져간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공공의 적> 역시 원안자인 구본한 대표의 쿠앤필름에서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강우석 감독이 직접 연출하면서 시네마서비스의 작품이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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