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 싸이더스
감독, 시나리오:
장준환 | 제작:
차승재 | 촬영:
홍경표 | 프로덕션 디자인:
장근영 김경희 | 음악:
이동준
CAST
병구:
신하균 | 강 사장:
백윤식 | 순이:
황정민 | 추 형사:
이재용
<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이라는 소재와 병구와 강 사장의 대립을 통해 한국 사회를 통렬하게 폭로합니다. 저녁에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누군가가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 갈등에 대한 영화인 것 같다”고 말하자, 장준환 감독은 “맞다. 사실 외계인 같은 덴 별 관심도 없다”고 직설적으로 대답하기도 했죠.
추 형사가 벌떼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중심으로, 현장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장준환 감독은 속보로 현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배우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스태프들과는 영화의 디테일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데뷔 감독의 열정과 꼼꼼함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죠.
<
복수는 나의 것>(2001) <
서프라이즈>(2002)에 이어 신하균이 선택한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였습니다. 병구는 외딴 곳에 홀로 살며 외계인의 존재를 추적하는 캐릭터죠. 내성적이지만 에너지를 내뿜을 땐 그 누구보다도 강한 인물인데요, 신하균은 자신과 병구 사이에 꽤 많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연기의 감정적 밀도가 높아서 한 컷 안에서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보여줘야 하는 게 어려움이라고 하더군요.
이 날 촬영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신하균이 아니라 추 형사 역의 이재용이었습니다. 이 시기 그는 영화계에 막 얼굴을 알리는 단계였는데요,
곽경택 감독의 <
친구>(2001)에서
유오성의 얼굴에 지긋이 칼을 대던 조폭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후였죠.
장준환 감독
현장에서 장준환 감독은 조용하면서도 섬세히 요구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가 병구 역에 신하균을 떠올린 건 시나리오를 마칠 즈음인데요, 어느 잡지에 실린 그의 얼굴과 눈빛을 보고 병구의 광기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하네요. 짙은 노란색 머리는, 감독 자신이 직접 염색한 거라고 합니다. 숙소에서 심심해서 그냥 한 번 해봤다는군요.
홍경표 촬영감독
최근엔
이창동 감독의 <
버닝>(2018)으로, 그리고 <
곡성>(2016)이나 <
설국열차>(2013), 더 거슬러 올라가면 <
마더>(2009)와
이명세 감독의 <
M>(2007) 그리고 <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에서 카메라를 잡았던 홍경표 촬영감독. 그는 스태프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가장 활기에 차 보였습니다. 홍 감독의 촬영 플랜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카메라워크와 그린 톤이었는데요, 궁극적 목표는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봉장 위엔 병구의 집이 있습니다. 공포영화에서나 만날 수 법한 을씨년스러운 곳이었죠. 이곳에서의 촬영 공개는 없었지만, 내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병구는 가내수공업으로 마네킨을 만들며 외계인의 존재를 주시하는 인물인데요, 그런 캐릭터가 공간에도 잘 드러납니다. 하얀 마네킨과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외계인 관련 자료들, 그리고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1991)과 <
미저리Misery>(1990)를 참고했다고 하는데요, 이 공간을 본 후에 감독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산은 금방 어두워집니다.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현장. 촬영장에 어둠이 깔리고, 이제는 카메라를 꺼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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