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그 남자 복수하다(2): <올드보이>(박찬욱, 2000) 월간 스크린③ -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8-11-16조회 7,052
올드보이 망치

2003년 | 에그필름

감독: 박찬욱 | 원작: 츠치야 가롱 | 시나리오: 황조윤 임준형 박찬욱 | 제작: 지영준 김동주 | 촬영: 정정훈 | 프로덕션 디자인: 류성희 | 음악: 조영욱

CAST
오대수: 최민식 | 이우진: 유지태 | 미도: 강혜정 

최근엔 그렇게 빈번하지 않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웬만한 영화들은 모두 현장 공개를 했습니다. 그럴 경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장면일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올드보이>는 조금은 예외인데요, 꽤 중요한 장면을 두 번에 걸쳐 공개했습니다. 앞의 포스팅에 담은 우진의 펜트하우스 신과 함께, 전설의 ‘장도리 액션 신’을 공개했던 거죠. 참고로 이 신은 파주의 아트서비스 스튜디오에서, 펜트하우스는 7월의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오대수는 15년 동안 갇혀 있던 감금실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한 바탕 격한 액션을 거치게 됩니다. 바로 복도에서 펼쳐지는, 장도리를 든 오대수와 그를 막으려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의 ‘일대다 액션’이죠. 2분 40초 동안 이어지는 신입니다.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조금 있으면 액션이 벌어질 복도에 앉아 있는 무술팀. 이 신엔 총 20명이 등장합니다. 오대수와 19명의 스턴트맨들이죠. 수많은 리허설을 통해 짜맞춘 합 속에서 이들은 액션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고, 정정훈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그들의 액션을 따라 서서히 좌우로 움직입니다.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리허설을 마치면 최민식 배우는 땀으로 흠뻑 젖곤 했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요. 40대의 나이에 이처럼 격한 액션을 소화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죠. 하지만 그러기에 이 신은 더욱 처절한 액션으로 탄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리허설 전과 후 그리고 리허설 장면입니다. 여러 차례 이뤄진 리허설은 최민식 배우뿐만 아니라 젊은 스턴트맨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죠. 옷 안에 보호대를 대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인 장면이었고요. 웃고 있는 최민식 옆에 있는 흰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은, 혹시 낯이 익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신세계>(2012) <무뢰한>(2014) <아수라>(2016) 등 최근 수많은 영화의 액션을 지휘했던 허명행 무술감독입니다.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올드보이 현장

거의 실제 촬영에 가까운 리허설입니다. 이전엔 합을 맞추기 위해 약간은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었다면, 의상과 장도리까지 갖춘 최민식 배우의 액션은 그 속도감을 더했습니다. 그런 역동감을 그대로 담아낸 현장 사진인데요, 이 느낌의 비주얼로 아트포스터가 제작되기도 했죠(CGV 용산의 박찬욱관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올드보이 현장

현장에서 액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 배우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원래 이 신을 롱 테이크로 갈 생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대수가 장도리로 상대방을 가격할 때, 맞는 부위가 마치 X 레이 촬영 이미지처럼 옵티컬 처리가 되어 빠른 편집을 통해 삽입되는 방식이었다고 하죠.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최민식 배우가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해내는 쪽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촬영 일정에 쫓겼기 때문이죠. 박찬욱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액션 시퀀스보다는 캐릭터의 처절함을 강조하는 쪽을 선택했고, 그 결과 영화사상 길이 남을 롱 테이크 액션 신이 탄생했습니다.

올드보이 현장

아마 최민식 배우에게 이 영화는, 그리고 이 장면은, 인생작으로, 그리고 인생 신으로 남을 겁니다. 현장에서 거의 녹초가 되었지만, 그 이상의 ‘보상’을 안겨주었으니까요. 한편 그는 이 장면을 찍은 후 다시는 액션을 안 찍겠다고 했습지만, 이후 <주먹이 운다>(2005) <악마를 보았다>(2010) 같은 영화에서 좀 더 센 강도의 액션 신을 선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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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영화인 : 허명행 일반 : 무술(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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