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 에그필름
감독:
박찬욱 | 원작: 츠치야 가롱 | 시나리오:
황조윤 임준형 박찬욱 | 제작:
지영준 김동주 | 촬영:
정정훈 | 프로덕션 디자인:
류성희 | 음악:
조영욱
CAST
오대수:
최민식 | 이우진:
유지태 | 미도:
강혜정
치명적인 반전을 지녔기 때문이었을까요? 캐스팅 소식이 돌고 크랭크인 뉴스가 나올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
올드보이>는 개봉 전에 이렇다 할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여름에 양수리 종합 촬영장에서 현장 공개를 했는데요, 6월에 전설의 장도리 액션 신이, 7월에 펜트하우스 신이 공개되었습니다. 특히 펜트하우스 신은 생각해보면 꽤 치명적인 신이었는데요, 바로 오대수가 이우진의 찾아간 장면이었거든요.
잘 아는 것처럼 <올드보이>는 일본 작가 츠치야 가롱의 만화 『올드보이』가 원작입니다. 영화 <올드보이>는 뛰어난 각색과 비주얼 작업을 통해 원작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으로 태어났고,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미국과 유럽 관객들에게 한국영화를 널리 알리게 되죠. 하지만 현장 공개 당시만 해도, 이 영화가 그렇게 대단한 영화가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그리고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는 이 네 사람 모두에게 뜻 깊은 영화였을 겁니다. 최민식에게 이 영화는 ‘결정타’였습니다. 그는 대기만성형 연기자입니다. 영화계에서 30대 중반 이후에 조명 받기 시작했죠. <
넘버 3>(1997) <
쉬리>(1999) <
파이란>(2001) 그리고 <
취화선>(2002)으로 강렬한 톤의 캐릭터를 구축하던 그는 <올드보이>로 정점을 찍습니다. 유지태는 <올드보이>로 ‘소년성’을 벗어나 ‘악마성’을 연기하게 되고, 강혜정은 메이저로 도약합니다. 그리고 <
복수는 나의 것>(2002)으로 흥행에 실패했던 박찬욱 감독은 ‘복수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인 <올드보이>로 더욱 탄탄한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됩니다.
이 날 현장에서 가장 큰 인상적인 비주얼은 거대한 파도 이미지의 벽이었습니다. 그 앞에서 배우들의 프로모션 컷을 찍었는데요, 표정과 포즈가 다소 어색하네요. 아마도 영화에 대한 첫 공개 자리라 배우들도 조금 낯설었던 모양입니다.
현장 공개에 모인 취재진입니다. 당시 현장 공개의 일반적인 취재진 규모에 비해 약간 많은 편입니다. 100명 정도 되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세트에 취재진이 모두 올라가질 못했어요. 무너질 염려 때문인데요, 조를 나눠서 견학(?)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진의 펜트하우스 창 밖에 있는 도심의 마천루 이미지 배경 사진 앞에서 기자 간담회가 이뤄졌는데요, 영화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기자들의 질문과 방어(?)하려는 감독과 배우들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마천루 배경으로 또 한 번 프로모션 컷 촬영이 있었는데… 역시 어색하네요…
원래는 대수와 우진이 격돌하는 신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현장 사정상 우진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짧은 장면만 노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은, 그리고 대수가 그 사진 중 하나를 들고 대수 앞에 시위하듯 서 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중요한 단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결정적인 장면을 공개한 그 대담함(!)에 새삼 놀라기도 했죠.
2000년 이후 르네상스 시기, 한국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은 ‘비주얼’입니다. <올드보이>는 그 전형적인 영화인데요, 우진의 펜트하우스는 대표적인 공간이죠. 사진은 공간의 디테일과 소품들로, 류성희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솜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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