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스크린]이상한 만남의 SF 로맨스: <동감(김정권, 2000)> 월간스크린① - 한국영화 현장 기행

by.김형석(영화저널리스트, 전 스크린 편집장) 2018-11-13조회 7,909
동감 스틸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2018년 7월부터 NAVER와의 후원 제휴 협약을 통해 영화잡지 스크린에서 2016년에 기증한 스틸 자료 50십만여점 중 10,000여점의 디지텅화를 추진하였습니다.  스크린 전 편집장이였던 김형석평론가의 글과 함께 오늘부터 약 2개월 동안 그 스틸이 차례차례 공개될 예정입니다. 첫번째 기획으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2000년 | 한맥영화, 화이트리 엔터테인먼트

감독: 김정권 | 원안: 신재호 | 시나리오: 장진, 허인아 | 제작: 김형준이동권 | 촬영: 정광석 | 미술: 김정태 | 음악: 이욱현

CAST
소은: 김하늘 | 지인: 유지태 | 현지: 하지원 | 동희: 박용우

한국영화의 시간적 상상력이 격변하기 시작한 본격적 계기는 <은행나무 침대>(1996, 강제규) 일 것입니다. ‘환생’이라는 모티브를 강렬한 신파적 장치로 사용한 이 영화 이후, 한국 멜로드라마 장르 안에선 ‘시간차’를 이용해 감정적 울림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바로 ‘한국형 판타지 멜로’의 시작인 셈인데요, 2000년엔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와 함께 바로 이 영화, <동감>이 나왔습니다.

1979년의 한 여자와 1999년의 한 남자가 교신합니다. <동감>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멜로드라마인데요, 신라대학 영문과 77학번인 윤소은(김하늘)은 우연히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통해 같은 대학 광고창작학과 98학번 지인(유지태)과 접속합니다. 1979년은 ‘유신 철폐, 독재 타도’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공간. 반면에 1999년은 DDR과 인터넷이 유행인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둘 사이에 사랑의 교감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동감>의 비밀은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동감 현장사진
 
이 영화의 현장 공개는 2000년 3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전 10시의 대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였는데요,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 강설기로 눈까지 뿌려 더욱 추운 느낌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참고로 이 영화의 1979년 장면은 군산과 대구에서 촬영했습니다.

동감 스틸
동감스틸

이 날 촬영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였습니다. ‘동감 스케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동일한 공간에서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동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직 단풍이 남아 있는 늦가을에 첫눈이 내린다는 설정 때문에 스태프들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때아닌 단풍잎을 달아야 했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건물 벽에는 무성한 담쟁이넝쿨을 붙여야 했죠. 5대의 강설기가 힘차게 돌아가며 첫눈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동감 스틸
동감 스틸
동감 스틸
 
제목이 드러내는 것처럼 <동감>의 배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감’(感), 즉 뭔가 ‘느낀다’는 것을 미묘하게 표현하는 것이었죠. 그것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설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현장에선 아주 작은 뉘앙스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이 이뤄졌습니다.

김정권 감독
김정권 감독

메가폰을 잡은 김정권 감독은 이 영화로 데뷔했는데요, 당시 서른두살 밖에 되지 않은 젊은 감독이었죠. 아역 배우 출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1998) <간첩 리철진>(1999) 연출부 생활을 했습니다. <동감>의 시나리오에도 장진 감독이 참여했죠. <동감>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후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 <바보>(2008) <그 남자의 책 198쪽>(2008) 등을 연출했습니다.

정광석 촬영감독
정광석 촬영감독

감독은 신인이었지만, 카메라는 최고의 베테랑이 잡았습니다. 바로 정광석 촬영감독이죠. 1935년생이시니 1969년생인 김정권 감독의 아버님뻘이셨고, 촬영 당시 환갑이 넘은 연세셨어요. 1956년에 조명부로 충무로에 들어오셔서 1962년에 촬영감독이 되신 정광석 감독님은 160편 이상의 영화를 찍으셨고, 1980~90년대 배창호 감독의 파트너였고 <투캅스>(1993)를 비롯해 강우석 감독의 영화도 여러 편 찍으셨죠. 이명세 감독과도 종종 작업하셨는데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스타일리시한 화면도 정광석 감독님의 카메라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호러 영화 <아랑>(2006)을 끝으로 은퇴하셨습니다.

동감 현장사진

<동감>에서 시계탑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며 모티프입니다. ‘시간의 영화’인 <동감>. 그들의 사랑은 시계탑 주위를 맴돌게 됩니다.

하지원 현장사진 
 
‘인’의 연인 현지 역은 하지원이 맡았습니다. 당시 급성장하던 신인이었고, <동감> 이후 <가위>(2000. 안병기)로 호러 퀸 자리에 오르죠. <동감>에선 20년 전의 알 수 없는 여인에게 자신의 애인을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동감 스틸

주연을 맡은 유지태와 김하늘은 <바이 준>(1998. 최호)에 이어 이 영화에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었는데요, 당시 20대 초반의 두 배우는 현장에서 오누이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동감 고사사진

갑자기 사진 톤이 바뀌었군요. 바로 <동감> 촬영 전의 고사 풍경입니다.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대박’이 나길 바라는 한국영화계의 독특한 의식인데요, 그 바람이 통했는지 2000년 5월 27일에 개봉한 영화는 전국 약 12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작이 되었죠.
동감 스틸
유지태
하지원
   
고사 때 만난 배우들입니다. 지금은 모두 40대가 되었지만, 당시엔 20대 초반이었던 유지태와 김하늘과 하지원의 모습, 많이 풋풋하네요.

김하늘
유지태
  
미래의 남자와 교신하며 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소은은 어딘가를 응시합니다. 그리고 인은 시간이 뒤섞인 만남 속에서 소은의 체온을 느낍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 멜로. 바로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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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영화 : 동감 (김정권 ,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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