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현장]촬영 세컨: 아수라의 현장 아수라의 현장

by.김상범(촬영 세컨) 2017-03-03조회 33,519
<아수라> 촬영 현장, 스태프 회의

영화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주로 읽는 글이라고 들었다. 먼저 영화 촬영팀의 인원 구성과 각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촬영팀은 거의 프리랜서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영화 한 작품당 계약을 하고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영화가 잡히면 촬영이 들어간다. 예전에는 식구개념으로 항상 같은 팀으로 움직였으나 요즘은 개개인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드라마와 광고 쪽도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서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병행하는 촬영팀도 꽤 있다. 나는 현재 영화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기준으로 글을 적었다. 그리고 내가 적는 내용이 절대적이지 않고 작품이나 촬영 감독님에 따라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촬영 감독을 제외한 촬영팀은 보통 4명으로 구성이 된다. 제1 조수(퍼스트), 제2 조수(세컨), 제3 조수(서드), 제4 조수(막내) 이렇게 4명이다. 요즘은 B카메라가 상주하는 현장이 많다. A카메라와 마찬가지로 4명으로 구성되는 현장도 있으나 보통은 3명으로 구성된다. 두 대의 카메라가 어떻게 운영되느냐는 어떤 영화이며 촬영 감독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A카메라가 넓은 샷을 찍을 때, B카메라는 망원렌즈로 타이트한 샷을 찍는다. 

촬영팀 막내의 역할은 카메라 배터리 관리와 세컨, 서드가 카메라 세팅이 바뀔 때 필요한 장비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아야 하며, 장비 및 소모품의 수량도 완벽하게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꼼꼼한 막내가 있으면 나머지 촬영팀들은 카메라 세팅과 본인의 일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다.

촬영팀 서드의 역할은 세컨을 도와 카메라 세팅을 같이 하는 일이다. 촬영팀의 중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세컨의 일을 해야 하며, 때로는 막내의 일도 해야 한다. 중간에서 눈치껏 필요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고생이 많은 직급이다.

촬영팀 세컨의 역할은 카메라 세팅, 그리고 카메라 장비를 관리하는 것이다. 카메라 세팅의 실수가 없어야 촬영 감독이 촬영에 집중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촬영시간에 딜레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 위해서는 콘티를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하며, 어떤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촬영 감독과 카메라와 가장 많이 붙어있는 촬영팀원이 세컨이다.

촬영팀 퍼스트는 직접적으로 카메라 세팅을 하지는 않는다. 퍼스트는 카메라 노출과 포커스를 담당한다. 정확한 노출을 보기 위해서는 조명, 해의 상태, 인물의 스킨톤 등을 고려해야 한다. 포커스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인물의 동선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슛 들어가기 전에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 노출과 포커스를 보기 때문에 퍼스트는 시간적으로 카메라 세팅에 관여하기 사실상 힘들다. 경우에 따라선 퍼스트가 같이 세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세팅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세컨, 서드가 카메라 세팅을 실수 없이 해줘야 퍼스트가 본인의 일에 100퍼센트 집중해서 할 수 있다.

글을 적고 있는 나는 2013년부터 상업영화 촬영팀을 하고 있으며 세컨을 맡고 있다. 글을 작성하는 현재(2016년 12월)는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를 촬영 중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얼마 전에 개봉했던 <아수라>를 통해 구체적으로 촬영팀 세컨이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카메라 Alexa XTM
Alexa XTM

<아수라>의 본 촬영은 2015년 9월 말부터 2016년 1월 말까지 총 4개월 동안 76회차 동안 촬영이 진행되었다. 카메라의 경우는 ARRI사의 Alexa XT로 촬영이 되었고 RAW 파일에 센서 모드는 Open Gate(3.4K) 포맷으로 촬영이 되었다. 렌즈는 Masterprime 렌즈를 사용하였다. 

카메라와 렌즈는 촬영 감독이 선택한다. 촬영팀 조수는 카메라와 렌즈가 정해지면 렌탈숍에 모여 카메라 및 렌즈, 그리고 사용하는 카메라 액세서리의 이상 유무를 체크한다. 카메라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촬영에 직접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말 꼼꼼히 체크를 해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카메라 장비는 세컨의 주도하에 장비를 체크해야하기 때문에 프리프로덕션 기간 동안 촬영팀의 스케줄은 세컨이 관리를 한다. 언제 모여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필요한 인원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를 조율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카메라와 렌즈만 있는 것 같지만 사용하는 작은 액세서리까지 체크를 하려면 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막내의 같은 경우는 사용할 배터리를 전부 다 완충을 시켜 카메라에 장착해서 이상이 없는 지 확인을 해야 하고 서드의 경우 보통 촬영팀에 필요한 물품 및 소모품이 부족하지 않은지 체크한다. 세컨은 그 모든 것이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장비를 체크한다. 상황에 따라 카메라 세팅이 달라질 때마다 카메라 액세서리가 달라진다. 하나하나 상황에 맞게 세팅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카메라에 사용할 모니터가 정확한 색과 밝기를 구현하는지, 카메라 헤드가 오퍼레이팅을 할 때 문제없이 작동되는지, 사용하는 전원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 촬영에 필요한 모든 부분은 체크한다. 그리고 각각의 영화의 필요한 장비 및 소모품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및 로케이션의 상황을 미리미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극 같은 경우는 지방촬영이 많기 때문에 장비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방으로 오래 촬영을 가는 경우 여분의 장비를 좀 더 챙기는 것이 기본이다. 
밤, 폭우 속에서 질주하는 차량 두 대
폭우 속 차량 추격 장면
<아수라>의 경우 가장 공들여 준비했던 장면은 폭우 속의 차량 추격 씬이었다. 일단 비가 오면 촬영팀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촬영 장비 전부 비에 취약하기 때문에 방수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세컨으로서 이런 부분에 대해 실수가 없도록 준비를 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모양에 맞는 방수포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동대문시장을 돌아 다녀보았다. 단순히 트라이포드만 사용해서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다양한 카메라 세팅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방수포를 만들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제작 시간과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 포기하였다. 결국 카메라 방수에 사용했던 것은 모든 촬영팀이 쓰는 김장비닐이었다. 1억이 넘는 카메라를 고작 몇백 원하는 김장비닐로 방수처리 하는 것이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김장비닐만 한 것이 없다. <아수라>의 모든 비 씬을 김장비닐을 사용해서 방수처리 했지만 침수가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비닐이 찢어질 수 있으니 중간중간 꼼꼼히 체크만 잘하면 김장비닐만큼 유용한 소모품은 없는 것 같다. 

또 다르게 신경을 써야 했던 장면은 영화 엔딩의 총격 씬이었다. 총격 씬에서 공포탄을 사용하긴 하지만 화약가루가 계속 렌즈 앞쪽으로 날아온다. 화약이 렌즈에 묻게 되면 치명적이므로 클리어필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클리어필터는 유리이기 때문에 혹시나 깨지게 되면 렌즈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아크릴을 필터사이즈로 재단하여 사용한다. 아크릴 같은 경우는 쉽게 먼지가 달라붙고 지문 같은 게 묻으면 쉽게 지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길어야 두 테이크 정도 쓰고 바로 새것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필요한 소모품을 생각해서 주문을 하는 것 역시 세컨의 역할이다. 얼마나 쓸지 모르니 여유 있게 아크릴을 준비했다. 생각해 보니 아크릴도 장당 몇백 원 정도다. 글을 쓰며 새삼 김장비닐과 아크릴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팀의 프리기간 중 장비 체크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테스트 촬영이다. <아수라>의 경우는 세 번의 테스트 촬영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테스트 촬영은 영화사 사무실 계단에서 진행되었다. <아수라>는 좁고 어두운 공간이 유독 많았다. 그와 비슷한 계단에서 테스트 촬영을 진행하였고 테스트 촬영의 주된 목적은 영화의 맞는 라이트 콘셉트를 찾는 거였다. 키라이트 방향에 맞춰 조명의 종류를 바꿔가며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형광등, 나트륨등, 수은등을 포함해 5개 정도를 테스트를 하여 촬영을 하였고 다음 날 DI(Digital Intermediate) 실에 가서 테스트한 영상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는 연출을 맡으신 김성수 감독님 포함 촬영, 조명, 미술, 분장 파트의 헤드급들이 모두 와서 콘셉트에 대해 회의를 했다. 회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많이 되었다. 각 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테스트은 실제 촬영할 구의시장에서 진행했고, 영화의 내용과 비슷하게 김성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적어오셨다. 첫 번째 테스트 촬영을 통해 정한 조명 콘셉트로 촬영을 했고, 두 번째 테스트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 다음날 역시 DI 실에 갔다. 두 번째 DI 실 방문에는 색보정 작업을 통해 영화에 맞는 색감과 톤을 이야기를 했다. 
그린스크린 촬영 장면
CG 촬영

세 번째 테스트 촬영은 차량 추격 씬 중 한 부분을 테스트 하는 것이었는데 CG에서 프리비주얼을 가져와서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차량 추격 씬 도중에 카메라가 차량 안으로 들어가 휘젓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 같은 경우는 두 대의 차량의 지붕 부분을 잘라내어 촬영하고 편집과정에서 CG로 일일이 그려냈다. 테스트 촬영을 통해 그것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해보았던 것이다. 

세 번의 테스트 촬영은 실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 촬영팀끼리 손발을 맞춰볼 좋은 기회다. 위에서 언급했듯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면 그전까지는 한 번도 일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과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테스트 촬영 통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호흡을 맞춰볼 수 있으며,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장비를 최종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꼼꼼한 준비를 위한 필수 과정인 것이다. 

프리기간으로 대략 한 달 반 정도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본 촬영에 들어갔다. 프리프러덕션 물론 잘해야 하지만 정작 촬영에 들어갔을 때 잘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서드에서 세컨이 되고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일을 할 때의 나의 자세이다. 서드, 막내 때는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을 했던 입장이었다면, 세컨이 돼서는 능동적으로 내가 주도해서 일해야만 했다. 막내에겐 필요한 장비를 말해 가져다 달라고 해야 했고, 서드에겐 카메라 세팅 시 서로의 역할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세컨을 하고 또 달라진 점은 다른 파트들과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스콜피오 무인 헤드, 스테디캠, 러시안 암 등 특수 장비의 스케줄을 촬영 감독님께 전달받으면 제작부장과 함께 일정을 체크해서 장비 스케줄에 문제가 없는 체크를 했고 촬영팀의 요구사항이 생기면 촬영팀 대표로 제작팀과 이야기를 할 때도 생겼다. 촬영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촬영팀 세컨이라고 예전에 누가 말해줬는데 그 이유가 뭔지 직접 해보니 알 것 같았다.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했을 때 그만큼 많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때가 많았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자동차와 러시안 암
러시안 암

슛이 들어갔을 때 꼭 세컨의 역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체크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앵글에 불필요한 요소가 있는지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붐 마이크의 그림자가 인물에 떨어지지 않는지도 봐야 하고, 유리 벽 같은 반사체에 스텝들이나 카메라가 반사되어 나오지 않는지 등을 체크해야한다. 슛 들어가기 전에 그런 불필요한 요소들을 체크해야지만 NG를 줄일 수 있다. 카메라 옆에 항상 붙어 있다보니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 때문에 앵글이 잡힌 후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 그런 것들을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세컨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카메라 메모리 관리이다. 촬영 기간 동안 512GB 메모리 카드 4장을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했다. 촬영이 길어지다 보면 하루 동안 같은 카드에 두세 번 녹화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카드를 포맷을 해야 한다. 이 역시 세컨이 담당을 한다. 세컨이 착각하여 실수로 포맷을 해버린다면 다시 재촬영을 해야 한다. 나 역시 그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천만다행으로 인물 촬영 분량이 아닌 인서트 분량 이였지만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의 실수로 그날의 촬영이 늦게 끝나버리게 된 것에 대해 모든 스텝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생겼다. 그 이후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예전의 필름으로 촬영할 때와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촬영팀은 데이터 매니저와 함께 그날 찍은 분량을 관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데이터 관련한 실수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 왔으니 <아수라>의 몇 가지 장면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차가 있다. 검찰수사의 검정 탑차인데 실제로 탑차를 구매한 뒤 미술팀이 세팅을 했다. 좁은 탑차 안에 인물이 6명일 때도 있었다. 비좁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세컨인 나도 빠져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좁은 장면 촬영 시에는 카메라를 간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은 카메라에 장착하는 온 보드 배터리를 제거하고 라인으로 연결하는 그라운드 배터리로 카메라 및 모니터에 동력을 공급했다. 카메라의 달려있는 손잡이도 제거해서 카메라에는 모니터만 달려있도록 해서 촬영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 추격 씬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촬영은 부산에서 하루, 안산에서 일주일 정도 진행되었다. 부산에서는 추격 씬의 초반부만 촬영을 하였고 대부분은 안산의 미개통 도로에서 진행되었다. 추격 씬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자면 차량이 전복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 차량이 달리는 부분은 러시안 암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러시안 암이란 SUV 차량 위에 지미짚이 달려 있고 달리는 차 안에서 조종을 할 수 있는 것이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차량의 스턴트는 무술팀이 담당했고 카메라는 계속 러시안 암에 달려있어서 처음에 세팅이 끝나면 촬영 종료까지 카메라 세팅을 크게 바꾸는 일은 없었다. 폭우 설정이었기 때문에 차량이 베이스로 돌아와서 모니터링 하는 시간 동안은 방수에 빈틈은 없는지 체크를 잘해주면 됐다. 렌즈 앞에 빗방울이 맺히면 안 되기 때문에 스프레이오프 라는 장비를 사용했다. 스프레이오프는 유리를 빠르게 회전시켜 빗방울을 튕겨 내주는 장비인데 차량 추격 장면을 촬영하면서 꽤 유용하게 사용했다.

차량이 전복된 이후의 장면은 핸드헬드로 촬영이 되었다. 핸드헬드 할 때 세컨은 촬영 감독이 원하는 동선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 주는 것이다. 걸어오는 인물의 앞부분을 찍기 위해선 촬영 감독은 뒷걸음 쳐야 한다. 세컨은 촬영 감독님을 잡고 원하는 동선으로 이끌어 줘야 한다. 촬영 당시에 바닥에는 온통 과일 천지였다. 오렌지와 사과였는데 촬영 감독님이 밟지 않도록 계속 치워줘야만 했다. 이 역시 폭우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굉장히 부담되는 장면이었고 폭파장면도 있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촬영이 끝났다. 프리 때부터 모든 스텝들이 이 장면에 많은 공을 들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이후에도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라 말해줘서 고생스럽던 순간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장례식장에서 화환이 가득한 가운데 남자들이 패싸움을 한다
마지막 장례식장 장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이기도 했던 장례식장 장면이다. 장례식장 내부는 이천에 있는 무대 마당에 세트를 짓고 촬영 하였고, 2주 정도 진행했다. 엔딩이기도 하며 주인공 5명이 모두 모이는 장면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다. 격투 및 총격 씬이 많았기 때문에 리허설이 꼼꼼히 진행되었고 스텝들 모두 긴장을 많이 했다. 카메라 가까이에서 총을 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카메라 앞에, 위에서 말한 재단한 아크릴을 사용했다. 카메라를 보호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사람이다. 화약이 얼굴에 튀면 따끔따끔하게 느껴진다. 자칫 눈에 화약이 튀기라도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 주변의 스텝들은 투명고글을 쓰고 손에는 장갑을 썼다. 총소리 때문에 귀마개를 사용했지만 바로 앞에서 총을 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장례식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내내 귀가 멍멍할 상태로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액션 씬을 촬영할 때는 촬영팀이 주의해야 하는 점은 카메라 와 인물의 거리감이다. <아수라>는 광각계열의 렌즈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인물에 붙어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 씬은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액션 씬 같은 경우는 인물과 거리가 가까워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촬영 감독들은 모니터를 보며 앵글에 집중하기 때문에 카메라 밖의 상황을 잘 모를 때가 있다. 세컨이 그런 상황들은 촬영 감독에서 설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세팅을 바꾸겠다고 역으로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엔딩 씬의 경우에 몇 번 그런 경우가 있었다. 

재밌게 글을 쓰고 싶었으나 글재주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 읽기에 편하게 쓴 것 같지는 않다. 
다시 한번 말하고 싶은 것은 각 팀의 스타일이 다르고 작품의 특수성 마다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루한 글을 읽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글을 쓰는 내내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아수라>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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