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2022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문화와 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기록을 잘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아카이브 기관이 해야 하는 역할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미래에 역사가 될 현재의 자료들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일 역시 아카이브 기관의 중요한 임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의무제출제도를 통해 자료원에 보존되고 있지만,
그 외 다양한 한국영화와 영상의 자료들은 여전히 제대로 보존되고 있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며 논의되고 상영되는 곳, 그 장소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영상자료원은 2022년부터 “한국영화현장기록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첫해에 허리우드극장, 오오극장(대구), 미림극장(인천), 애관극장(인천), 명동CGV씨네라이브러리,
아카데미극장(원주), 스튜디오 CELL 등 8개의 장소들과 관련된 분들의 증언을 기록하였습니다.
2023년 두 번째 해 사업으로 아트나인,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극장,
한국영상자료원 상암본원과 파주보존센터, 라이카 시네마, 씨네큐브 등 7개처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오늘 한국영화 산업과 문화의 다양한 공간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획 및 진행: 조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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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서울 한복판의 예술영화전용관
씨네큐브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예술영화전용관이다. 광화문역과 서대문역 사이 흥국생명 빌딩 지하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해머링 맨’이라는 랜드마크적인 큰 조각상이 있는 건물이다. 광화문역에서 도보로 6분, 서대문역에서 도보로 9분이며 영화를 관람하면 3시간까지 무료로 주차가 지원된다. 개관 당시부터 영화인들은 물론 관객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이러한 씨네큐브의 접근성이다. 자동차로 오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서울 내에서 접근하기 쉬울뿐더러 비서울권 관객들도 찾아오기 쉽다. 출입 경로는 세 가지인데, 하나는 흥국생명 빌딩 1층 로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경로로 ‘해머링 맨’ 전시물 바로 뒤 돌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돌계단 아래 있는 전시물들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번 더 내려가면 영화관이 나온다. 영화관 안에는 매점이 없으며 상영관 내에는 생수 외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영화관 로비에 들어서면 포스터와 매표소, 쾌적한 휴게 공간이 눈에 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일행들과 한참 동안 앉아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씨네큐브 로비
씨네큐브는 2000년 12월 2일 개관했다. 태광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했는데, 운영은 예술영화 배급사인 백두대간이 대행했다. 2009년부터는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티캐스트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현재 티캐스트 안에 씨네큐브 팀이 별도로 있으며 팀원은 총 9명이다. (총괄 팀장, 팀원인 사원 두 명, 자사 수입 영화 근무자 두 명, 영사실 한 명, 현장 매니저 세 명) 개관 당시 씨네큐브는 영화팬들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갖춘 고급 영화를 접하는 통로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목표는 현재까지도 동일하다. 씨네큐브는 293석(1관), 72석(2관)의 좌석을 갖춘 2개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다. 1관의 293석 중에서 3석은 휠체어석이며 2관은 1개의 휠체어석을 보유하고 있다.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영화관
씨네큐브는 출범부터 ‘영화 상영의 최고급화’를 지향했다. 관람 좌석을 재배치하느라 개관이 지연되었다는 일화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일반 영화관의 앞뒤 의자 열 간격이 95cm였는데, 기존에 설치했던 것을 모두 폐기하고 좌석 열 간격을 110cm로 넓혀 새로 설치하는 바람에 개관이 2개월여 지연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안락한 영화관이라는 칭송과 함께 예술영화 애호가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충성도 높은 관객들을 만들어냈다. 씨네큐브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립 경영을 하는 예술영화전용관이 된 데에는 교통의 편의성, 상영작의 높은 수준과 함께 상영관에 대한 높은 만족도도 한몫 한 것으로 판단된다.
씨네큐브 1관 내부
관객들을 위해 단 하루의 휴관도 하지 않는 것을 운영방침으로 했으나, 2023년 11월 매표소를 리뉴얼하면서 5일간 임시 휴관을 가졌다. 2021년에는 임시 휴관 없는 리뉴얼과 재개관이 있었는데, 이때 개관 20주년을 맞아 전 좌석 의자 교체와 좌석 높이 조정으로 스크린 시야를 개선했으며, 로비 내 휴게 공간도 개편해 편의시설을 증대했다. 특히 가죽 소재의 좌석 시트로 교체해 위생적이고 청결한 관리가 더욱 용이해졌으며, 좌석 쿠션을 보강해 쾌적하고 편안한 상영관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23년 내내 업무를 맡아오고 있는 오랜 경력의 영사기사와 필름 영사기를 보유하고 있어 필름 상영이 가능하다. 필름 상영에 있어서 장비와 기술자가 모두 있는 극장인 것이다.
교통의 편의성과 시설의 쾌적함 등으로 인해 영화제들도 씨네큐브에서 많이 열리는데, 대표적으로 2022년까지 진행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를 들 수 있다. 자체적인 기획전으로는 씨네큐브 프리미엄 페스티벌이 있는데, 2009년부터 시작한 정기 기획전으로, 씨네큐브 개관 기념일인 12월 2일이 껴 있는 주를 기준으로 해서 전후 7일에서 10일 정도 진행한다. 페스티벌 기간 이후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본 기획전에서 많이 상영되기에 상영작들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팬데믹 이후 예술영화전용관의 활로 찾기
씨네큐브의 전성기는 2011년부터 2013년 정도로 본다. 당시 예술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타 예술영화관에 비해 좋은 입지 조건과 시설로 인해 상대적으로 많은 관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2012년은 씨네큐브 역대 최대 관객 수를 기록한 해로 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시기 <
그을린 사랑>(드니 빌뇌브, 2010), <
아무르>(미하엘 하네케, 2012), <
우리도 사랑일까>(사라 폴리, 2011),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2013) 등 예술영화계의 히트작들이 다수 개봉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개관 이후 최고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는데, 이 기간 동안 극장의 상영 시간에 제약이 생기고 좌석 수에도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11만 명 정도의 관객이 씨네큐브를 찾았고, 현재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씨네큐브 로비의 키오스크, 전단지 및 굿즈 전시대
씨네큐브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전용관의 기준으로 정한 전체 상영작의 60%를 훨씬 넘어서는 90%를 예술영화로 채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증하는 서울 내 가장 큰 규모의 예술영화 상영관이기도 하다. 주요 관객층으로는 예술영화를 오래 관람해 온 중장년층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티캐스트가 운영을 담당한 2010년도부터 멤버십 회원 제도가 운영되었는데, 2023년 현재 활성화된 회원은 6만 명 정도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자체적인 매거진 제작과 뉴스레터 발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카카오톡 채널의 메시지와 SNS를 통해 오래된 관객들은 물론 신규 관객들과의 소통도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씨네큐브의 지향점은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좋은 영화들을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멀티플렉스가 경우에 따라 10개가 넘는 상영관을 가지고 많은 회차를 상영하고 있지만, 영화의 다양성 측면으로 봤을 때는 한두 작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보고 싶은 시간대에 볼 수 있는 선택지가 좁은 편인 것이다. 이에 씨네큐브는 멀티플렉스에는 없는 상영작들을 볼 수 있는 공간, 낯선 타인들과 함께 영화를 몰입해서 보는 경험을 주는 공간이라는 차별성을 무기로 예술영화전용관의 활로를 찾고자 한다.
씨네큐브 1관 영사실 작업공간
공간 및 운영개요
1. 위치: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1가 226 흥국생명 BD 지하 2층
2. 설립일: 2000년 12월 2일
3. 대표자: 강신웅
4. 규모: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내 위치 (건축면적 : 2,133.03㎡, 연면적 72,054.16㎡)
5. 극장 구성: 1관 293석(휠체어석 3석), 2관 72석(휠체어석 1석)
6. 운영시간: 09:00–23:00 (영화 상영 시간에 따라 다름)
7. 입장료 : 성인 평일 10,000원, 주말 11,000원, 학생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 (우대 및 조조할인 있음)
8. 조직 구성: ㈜티캐스트 내 씨네큐브팀 및 현장 직원으로 구성
9. 구성원: 씨네큐브 팀장, 과장, 사원, 영사실 및 현장 매니저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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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진행: 김문경
사진: 허 성
취재 일자: 2023년 11월 24일
올해도 한국영화현장기록사업은 새로운 영화현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역량을 갈고닦으면서, 그리고 개성과 신념을 꾸준히 지켜나가면서
영화 기획과 제작, 상영에 기여하고 있는 장소들을 찾아 내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영화를 주제로, 어떤 현장에서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