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문화 공간 연희동의 유일한 영화관: 라이카시네마

by.김문경(창작집단 3355 대표) 2024-08-27조회 2,403
 
한국영상자료원이 2022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문화와 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기록을 잘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아카이브 기관이 해야 하는 역할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미래에 역사가 될 현재의 자료들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일 역시 아카이브 기관의 중요한 임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의무제출제도를 통해 자료원에 보존되고 있지만,
그 외 다양한 한국영화와 영상의 자료들은 여전히 제대로 보존되고 있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며 논의되고 상영되는 곳, 그 장소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영상자료원은 2022년부터 “한국영화현장기록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첫해에 허리우드극장, 오오극장(대구), 미림극장(인천), 애관극장(인천), 명동CGV씨네라이브러리,
아카데미극장(원주), 스튜디오 CELL 등 8개의 장소들과 관련된 분들의 증언을 기록하였습니다.
2023년 두 번째 해 사업으로 아트나인,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극장,
한국영상자료원 상암본원과 파주보존센터, 라이카 시네마, 씨네큐브 등 7개처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오늘 한국영화 산업과 문화의 다양한 공간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획 및 진행: 조준형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2021년, 예술문화 공간 연희동에 문을 열다

연희동은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재건축이 빈번하지 않고 오래된 도시의 정취를 가지고 있다. 부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동교동, 서교동, 연남동에서 이어지는 ‘홍대권’의 끝단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재건축에 관심이 없는 오래된 저택들이 많은 탓에 급격한 상권변화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다.

연희동에는 소규모의 갤러리가 많다. 주로 2014년부터 궁동산과 안산 자락 일대에 들어온 소규모 갤러리들은 대부분 주택가의 1층 혹은 상가 건물을 개조해 만든 건물에 들어서며 연희동 고유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되 예술적 동네의 모습을 갖춰 갔다. 라이카시네마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학창작공간 ‘연희문학창작촌’이 있다. 도심 속 같지 않게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이 공간에서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작품을 창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방과 퍼포먼스 예술 극장 등이 연희동에 자리 잡으며 마을의 문화적인 분위기가 더 확고해졌다. 때문에 라이카시네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연희동에 당연히 있을 법했던 것이 이제야 생겼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연희동 최초의 극장이자 예술영화관인 라이카시네마는 2021년 1월 13일 연희삼거리 골목길 안쪽에 좌석 40석의 단관으로 문을 열었다. 원래는 2019년부터 개관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극장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관 시기를 고민하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정면돌파하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오히려 젊은 관객들과 연희동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라이카시네마 정문 출입구


최초의 우주개 라이카에서 명칭을 따다  

‘LIFE LIVE LIKE’라는 이름의 개관 기획전은 첫 비행을 컨셉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컷>(2020),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1998),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2000),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2011) 등 16편이 상영되었다.

‘라이카시네마’라는 이름은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최초의 우주개 ‘라이카Laika’에서 땄다. 극장이 들어서 있는 건물 이름이 먼저 지어졌고(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Space Dog)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어진 이름이다. ‘영화로 광활한 여정을 떠나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실린 영화관에 대한 공식적인 소개 역시 ‘연희동에 불시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라이카시네마 1층 로비 전경

스페이스독은 연희동 토박이로 오랫동안 동네에 주민들의 문화공간을 짓고 싶어 했던 이화유니폼 서기분 대표가 같은 연희동 주민인 SPDG(스페이스독) 이한재 대표와 의기투합해서 지었다. 본래 2층 주택인 부지를 허물어 4층 건물로 리모델링했는데, 1~2층은 카페, 3~4층은 공유오피스이다. 건축주는 서기분 대표이고 해당 건물의 설계부터 운영까지 스페이스독이 맡고 있다. 스페이스독 지하에 영화관이 들어온 이유는 서기분 대표와 이한재 대표 모두 오랫동안 연희동에 살면서, 연희동에 있을 법한데 없는 것 중 하나가 영화관이라고 생각했고, 예술영화나 독립영화가 이런 작은 영화관과 잘 맞을 것이라고 봤다.


영화편집숍 컨셉의 젊은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를 찾는 관객들은 주로 20대 여성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입문자들이다. 상영 영화들에 따라 연희동 주민이나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좌석을 꽉 채우기도 한다. 연희동의 유일한 예술영화관으로서 지역 사회는 물론 여러 주체와의 협업에도 열려 있는데, 개관한 해에 바로 ‘2021 서대문독립민주영화제’를 개최하거나 단편 영화들을 한 편씩 상영하는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로 라이카시네마는 20대 젊은 층에게는 테마가 있는 ‘영화편집숍’으로, 동네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영화 체험의 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라이카시네마의 지향점은 앞서 언급했듯 관객들이 ‘영화 편집숍’을 방문하듯이 라이카시네마를 찾기를 바라는 것이다. 좌석 수의 한계로 수익성 자체가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 공간을 잘 활용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게 라이카시네마의 운영 방향성이다. 애초에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고, 시네필이 아닌 이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어서 영화 선정 또한 너무 어렵거나 힘든 예술영화보다는 접근이 쉬우면서도 새로운 작품 중심으로 하고 있다.
 
라이카시네마 상영관 입구 복도

라이카시네마의 인테리어 역시 보통의 영화관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예술적 조형물들과 우주선에 탑승한 듯한 느낌을 주는 구성이다. 설계 때부터 영화관을 염두에 둔 것에서 알 수 있듯, 영화관의 설비나 공간 구성은 최고 수준이다. 서울의 예술영화관 중 유일하게 입체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도입해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다른 영화관에 비해 넓은 좌석 배치로 관객들의 시야가 어느 자리에서도 가려지지 않고 앞좌석에 발이 닿기도 어렵다. 더불어 물과 무알콜 음료를 제외한 음식은 섭취가 불가능하다는 상영관 내 규칙까지,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라이카시네마의 상영 시간표는 매주 수요일에 업데이트 된다.

라이카시네마가 위치한 연희동을 기점으로 가까운 거리에 아트하우스 모모와 필름포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안 인디스페이스 등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위치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종로구와 중구에 밀집돼 있던 예술영화관이 서대문구, 마포구로 많이 이전되어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모여있는 일종의 지구가 형성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라이카시네마 상영관 내부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스페이스독 B1
2. 설립일: 2021년 1월 13일 
3. 대표자: 서기분
4. 규모: 연면적 721.26㎡  지하1층–지상4층
5. 공간 구성: 1관 40석(장애인석 1석 포함), 1층 로비, 2층 카페(휴업), 루프탑(정원)
6. 운영시간: 09:30-24:00 (영화 상영시간에 따라 조정)
7. 입장료: 평일(월~목), 주말(금~일,공휴일) 
  1) 성인: 평일 1만원, 주말 1만 1천원, 조조 평일 6천원, 주말 7천원
  2) 대학생: 평일 9천원, 주말 1만원 (서대문구/마포구 소재대학교 재학생 1천원 추가 할인, 현장 전용)
  3) 청소년: 평일 8천원, 주말 9천원, 우대 7천원, 문화가있는날 6천원
   ※ 연희동 주민 1천원 할인(조조, 문화가있는날 제외, 현장 전용, 신분증 확인)
8. 구성원: 총괄운영/프로그래머 문유정, 매표 및 청소 직원 4인
 

글/진행: 김문경
사진: 허   성
취재 일자: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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