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2022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문화와 산업,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기록을 잘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아카이브 기관이 해야 하는 역할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미래에 역사가 될 현재의 자료들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일 역시 아카이브 기관의 중요한 임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의무제출제도를 통해 자료원에 보존되고 있지만,
그 외 다양한 한국영화와 영상의 자료들은 여전히 제대로 보존되고 있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며 논의되고 상영되는 곳, 그 장소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에 영상자료원은 2022년부터 “한국영화현장기록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첫해에 허리우드극장, 오오극장(대구), 미림극장(인천), 애관극장(인천), 명동CGV씨네라이브러리,
아카데미극장(원주), 스튜디오 CELL 등 8개의 장소들과 관련된 분들의 증언을 기록하였습니다.
2023년 두 번째 해 사업으로 아트나인,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광주극장,
한국영상자료원 상암본원과 파주보존센터, 라이카 시네마, 씨네큐브 등 7개처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오늘 한국영화 산업과 문화의 다양한 공간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획 및 진행: 조준형
|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 위 이미지와 영상에 표기된 참여자의 직급과 부서는 인터뷰 일자 기준이며,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입지 및 개요
2016년 개관한 파주보존센터는 한국영상자료원 보존·복원 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본원과 별도로 건립된 보존·복원 전문시설이다. 상암본원 보존고와 더불어 이원 보존 체제를 구축하여 재난재해에 대비하고 있으며, 필름 보존·복원을 위한 인화현상 설비, 4K 기반 필름 디지털화 및 복원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별 최첨단 보존연구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어 우리나라 영상문화유산을 후대에 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301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는 ‘파주출판도시’라고 알려진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상암본원과는 30km 거리로 자유로를 통해 연결되어 양원간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즉, 파주를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다. 개관 당시 영상자료원 조소연 경영기획부장은 “충청권, 강원권도 검토했으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본원과 센터 사이에 자료가 오가야 하는 만큼 거리적인 이유를 가장 크게 고려했다”라고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한 바 있다.
파주보존센터 1층 색재현실 겸 영사실
책과 영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을 위해 조성된 계획도시인 파주에 위치한 만큼 연구 및 보존시설로서의 교통 및 입지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반대로 대민시설로서의 기능은 상암본원에 비해 크지 않다. 실제로 개관 이후 2020년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상도서관을 운영하였는데, 방문객의 감소, 인력 부족과 자료 보존 등의 이유로 2021년 1월 1일부터 ‘보존복원연구실’로 변경되었다.
이원 보존을 위한 구상이 실현되다
1990년 이래 예술의전당 임대 생활을 끝내고, 2007년 상암동 본원으로 이전한 영상자료원은 이전 직후부터 이미 아카이브의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바로 보존공간의 부족이다. 상암동 시설은 기본적으로 극장, 박물관, 도서관, 사무국 등 서비스 중심의 시설들로 채워졌고, 보존공간은 3층과 4층의 일부 공간에 할애되었다. 이에 보존시설의 별도 확보가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또한 아카이브 자료 보존의 기본 원칙, 즉 동일 자료를 다른 곳에 보존한다는 이원 보존 원칙을 위해서도 별도의 보존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한국영상자료원은 2009년 7월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11년 9월과 12월에 걸쳐서 한국영상자료원 제2 보존센터 조성방안 연구를 진행했으며, 건립 예산이 확정되었다. 다음 해인 2012년 8월 건립부지를 매입하였고, 2012년 11월 설계 공모, 2013년 4월 설계를 착수해서 5월에 완료되었다. 2014년 착공되어 일 년여가 지난 2015년 12월 준공되었고, 다음 해인 2016년 5월 19일에 정식으로 개관하였다. 파주보존센터는 본원의 부족한 보존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상자료원의 보존·복원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건립된 독립 청사라 할 수 있겠다.
파주보존센터 3층 필름 보존고
영상 보존과 복원, 연구를 위한 완벽한 인프라
무엇보다 파주보존센터의 건립으로 향후 30년 정도 수용 가능한 충분한 보존공간이 확보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파주보존센터 건립 이전 상암본원의 보존고 수장률은 거의 100%에 달해 수장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완공 이후 필름 보존고 수장률은 70% 내외로 떨어졌고(현재는 다시 거의 90%로 높아짐), 비디오 및 비필름 보존고는 50~60% 내외의 수장률을 보이고 있다. 5℃ 이하의 저온 보존고가 기존 2개 실에서 10개 실로 확충됨에 따라 필름 영구 보존 가능성은 더욱 확대됐고, 파주-상암 간 이원 보존 체계 구축의 완성으로 재난, 재해 등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파주보존센터 내에 필름 현상실이 새로 구축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필름 열화를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각종 보존처리도 중요하지만, 필름을 영구 보존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기존 필름의 내용을 새로운 필름으로 옮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름 기반 산업이 저물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필름 현상소가 속속 문을 닫아 필름의 복원·복사가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이라, 보존센터 내에 현상시설을 갖추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던 인화현상 시설을 이관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상당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파주보존센터에 이전 설치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영상자료원은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필름 인화현상 시설을 유지하는 아카이브 기관이 되었다. 파주보존센터 현상실은 훼손 우려가 있는 유일본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마스터 필름으로 복사하거나 유일본 프린트를 인터 네거티브 필름으로 복사하는 일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파주보존센터 1층 필름 인화현상실
파주보존센터 건립과 함께 고해상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필름 디지털화 설비가 4K 기반으로 전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와 함께 필름 스캔실, DI색재현실, 화면복원실, 음향복원실, 영상편집실, 중앙장비실 등 최적화된 작업 환경이 구축됐고, 4K 해상도 필름 스캐너와 색보정기, 마스터링 장비는 물론, 사운드 필름 전문 스캐너가 신규 도입됨에 따라 고품질 디지털화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적으로 외주용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디지털 복원 사업을 자체 디지털 복원 시스템과 복원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직접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당해 연도 심화 복원 대상작으로 선정된 1~2편만이 복원의 혜택을 입었을 뿐, 대부분의 디지털화 결과물은 색재현 작업 위주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먼지, 스크래치, 흔들림, 노이즈 등이 제거되지 못한 상태로 종료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파주보존센터 건립을 계기로 자체 복원 시스템이 구축됨에 따라 필름 디지털화 과정에 복원이 핵심 공정으로 포함될 수 있게 되었고, 우수 한국고전영화를 고품질 디지털시네마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파주보존센터 2층 음향복원실
파주보존센터는 필름 외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 아카이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디지털시네마 등 디지털로 수집된 콘텐츠와 디지털로 변환된 결과물들은 검수 및 카탈로깅 과정을 거친 후, 자료 분류에 따라 아카이브 스토리지에 선별 저장되고, 백업용으로 LTO 테이프에 2부 복사되어 파주보존센터와 상암본원에 이원 분리 보존된다. 내외부 자료 이용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포맷으로 변환, 편집해 신속히 공급하는 역할도 물론 수행한다. 그 외 필름에 비해 수명이 월등히 짧은 비디오 매체에 대한 영구 보존 강화를 위해 미보유 또는 단종이 예상되는 영상음향장비들이 구비되었고, 문헌자료 소독기, 대형 컬러 스캐너 등 비필름 자료에 대한 보존처리 장비 보강도 이어지고 있다.
파주보존센터를 계기로 보존·복원 인프라가 많은 부분 강화되면서 새로운 보존·복원 전문 인력이 보강되었다. 이는 보존처리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전수할 숙련된 전문가의 양성이라는 아카이브의 중요한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은 성과이다.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301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2. 설립일: 2016년 5월 19일 개관
3. 대표자 : 김홍준
4. 규모: 연면적 9,294.78㎡ 지하1층-지상5층
5. 공간 구성
- 지하1층: 주차장
- 1층: 현상실, 보존기술센터 사무실, 시사실(색재현실로 사용중)
- 2층: 색재현실, 스캔레코딩실, 영상편집실, 음향복원실, 필름검색실, 디지털아카이빙실, 전산운영실
- 3층: 필름보존실 1~10, 스틸보존실 1·2, 디지털보존실 1·2
- 4층: 디지털보존실 3, 비디오/오디오보존실 1·2, 문헌보존실 1·2, 박물류보존실 1·2, 포스터보존실,
비필름보존연구실, 비디오/오디오보존연구실
|
글/진행: 김문경
사진: 허 성
취재 일자: 2023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