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석이 감옥에 갇히고 투명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면서 관객은 개연성의 세계에서 초현실적인 세계로 서사가 순환하는 것을 목격한다. 교도소라는 상징적인 헤테로토피아에서 태석이 투명 골프공과 투명 골프채로 연습하는 장면에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건, 특이점, 전환점이 있다. 1부에서 부재가 단순히 하나의 가치였다면, 서사의 세계가 순치된 2부에는 부재로 인해서 표시되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골프공과 클럽의 부재가 골프공을 타격하는 소리로 표시될 때 부재는 현전(現前)과 양면을 이루게 된다. 태석의 변신과 대칭을 이루는 선화의 변신에 대해 말할 수도 있다. 선화는 태석을 대동하고 자신의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의 집을 점거한다. 사진 속 선화의 몸은 폭행으로 상한 그녀의 몸과 대조를 이룬다. 태석은 빈집에 침입하여 자신의 몸에서 빠져 나오지만 선화는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지 못한다. 선화가 사진을 벽에서 떼어내어 재구성하는 모습에서 상한 육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과 좌절이 드러난다. 이 장면은 태석의 보이지 않는 골프 게임과 유사한 사건이자 주체성을 획득하려는 선화의 의지를 드러낸다. 다음 날 선화는 태석이 하는 것처럼 손빨래를 하고 있다. 태석이 감옥에 가는 동안 남편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 선화는 남자와의 관계를 거부하고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외출을 하는 등 이전과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선화가 살아남은 것은 반항을 통해서가 아니며 새로운 질서, 새로운 존재의 상태를 확립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새로운 존재의 모습은 폭력과 권력이 아닌 환대와 공존의 양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선화는 남편의 권력과 폭력을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남편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잠시 침묵을 깨고 남편(실질적으로 그의 뒤에 있는 태석)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남편은 선화의 생경한 고백이 자신을 향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태석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선화를 끌어안는다. 선화가 부정했던 상징의 도구로서 “사랑해요”라는 말은 이제 기만의 장치로 전락하였다. 선화가 터득한 생존 전략은 타인을 오류에 빠지게 하는 의미의 표면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태석이라는 투명인간을 모른 채 남편이 그 빈칸을 채우게 함으로써 세 사람의 공존이 가능해진 것이다.
태석의 손바닥에 그려진 눈의 형상은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 ‘잘못된 거울’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시각이 가진 한계와 속임수, 그리고 주관성을 초래할 수 있는 지각의 오류를 표현한 거울상은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나온다. 선화의 집에서 태석은 빈번하게 유리에 반사된 이미지로 재현된다. 태석은 투명인간이 됨으로써 바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배운다. 아이러니하게도 태석은 교도관의 시선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카메라 자체의 시선, 그리고 관객의 시선에서도 벗어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재를 인정해야 보거나 이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교도관은 투명인간이 된 태석을 감지할 수 있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선화는 180도로 볼 수 있는 거울을 통해 그의 존재를 볼 수 있게 된다. 적대감을 화해하는 영화적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지각의 차원이 우리들에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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