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keyword 7 한 시대를 품은 얼굴

by.백은하(백은하연구소 소장, 영화저널리스트) 2019-05-20조회 1,179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영화 <기생충>(봉준호)에서 배우 송강호가 연기하는 김기택의 대사다. 그러고 보면 송강호야말로 참 시의적절하게 충무로에 입주한 배우였다. 한국영화 르네상스가 막 태동하던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로 시작해 2019년 현재 가장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생충>으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 송강호라는 배우의 산업적 가치와 예술적 성취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가장 역동적인 시대를 맞이했던 21세기 한국영화의 기록을 들춰보는 것과 같다.

방향을 예상할 수 없는 리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성, 전형성을 거부하고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 남다른 비위로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이준익, 김지운 등의 감독과 저마다 다른 언어와 방식으로 조우한 송강호. 동시대의 소시민, 운명의 부름을 외면할 수 없는 영웅, 굴곡의 역사를 살다 간 인물들의 희비극은 이 배우의 얼굴 위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조선시대부터 근미래, 코미디부터 사회 드라마까지,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쌓아온 서른 편이 넘는 영화 중에서 <괴물>(2006), <변호인>(양우석, 2013), <택시운전사>(장훈, 2017)가 모두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2016년 <밀정>(김지운)의 개봉과 함께 누적 관객 1억 명을 돌파했다.

어느 적절한 시대에 당도한 한 인간이, 한 명의 직업인으로 다이내믹한 산업 변화의 파도를 유연하게 타며, 한 명의 예술가로서 가장 흥미로운 선택지로 나아가, 결국 한 시대를 품은 얼굴이 됐다. 선과 악, 흑과 백, 좌와 우, 바닥과 꼭대기,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그리고 그것이 다시 뒤집히는 순환의 과정까지 송강호가 이미 목격하지 않은 풍경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9년의 송강호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이 순간 무엇이 그의 망막을 통과하고 있는가. 그곳과 그것의 정체가 어쩌면 이후 10년의 한국영화계를 예상케 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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