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라이브 애니메이션 Live Animation’을 구현하다!

by.전승일(애니메이션 감독) 2013-05-15조회 4,645

<조에트로프 디벨로프먼트 Zoetrope Development> 프로젝트


필름과 비디오에 기반을 둔 애니메이션에서 프레임과 프레임은 서로 넘어갈 수 없는, 서로 다른 ‘시간’에 있는 이미지이고, 이 스틸 컷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보여서 움직이는 이미지, 즉 애니메이션이 된다. 그런데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 이전, 즉 19세기 ‘프리-시네마(Pre-Cinema)’ 시대의 대표적인 광학장난감, 옵티컬 토이(Optical Toys)인 페나키스티스코프, 조에트로프, 프락시노스코프 등이 21세기에 들어서서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바, 이 글에서는 19세기 옵티컬 토이가 21세기에 어떻게 새롭게 변화되어 재탄생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서, ‘라이브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상상보고자 한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짐 르 페브르(Jim Le Fevre) 감독은 10여 년 전부터 ‘조에트로프 디벨로프먼트 - 더 포노트로프(Zoetrope Development - the Phonotrope)’라는 이름으로 LP 턴테이블과 비디오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조절 기능을 활용하여 페나키스티스코프, 조에트로프 등과 같은 19세기 옵티컬 토이를 새롭게 제작, 구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취한 놀라운 성과는 ‘프레임 바이 프레임’ 촬영이나 스크리닝을 통해 보이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눈앞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보이는 ‘라이브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즉 원판에 그려진 그림이나 오브제를 LP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회전시키고, 이를 비디오카메라 셔터 스피드 ‘조작’에 의한 영상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데, 이때 프레임 바이 프레임 애니메이션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즉, 이미지가 시간적 개념의 프레임 바이 프레임 사이를 건너뛰는 매우 ‘기묘한’ 애니메이션을 ‘라이브’로 볼 수 있게 된다. 

<홀리 플라잉 서커스 Holy Flying Circus> 타이틀 시퀀스 (2011)
<홀리 플라잉 서커스 Holy Flying Circus> 타이틀 시퀀스 (2011)

<홀리 플라잉 서커스 Holy Flying Circus> 타이틀 시퀀스 제작과정
<홀리 플라잉 서커스 Holy Flying Circus> 타이틀 시퀀스 제작과정


짐 르 페브르 감독이 연출하여 만든 BBC4 코미디 드라마 <홀리 플라잉 서커스 Holy Flying Circus>의 애니메이션 타이틀 시퀀스는 그의 ‘조에트로프 디벨로프먼트’ 프로젝트의 정점을 이룬다. 턴테이블 버전과는 달리 사전에 3D 그래픽 모델링으로 입체적인 조에트로프를 만들고, 이를 다시 목공과 각종 수작업 및 미술 작업을 통해 실제 오브제로 제작하여 거대한 규모의 라이브 애니메이션용 조에트로프를 제작하였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애니메이션은 ‘프레임 바이 프레임’이 아니라, 프레임 사이를 건너뛰는 라이브 오브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다.

▶ 동영상 보기: http://youtu.be/pfZQmgiSkfk | http://vimeo.com/30833811
○ 감독 홈페이지: www.jimlefevre.com 

<위 갓 타임 We Got Time> 뮤직비디오 (2009)
<위 갓 타임 We Got Time> 뮤직비디오 (2009)


영국의 블링크잉크 스튜디오(Blinkink Studio) 소속으로 애니메이션과 뮤직비디오 및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빗 윌슨(David Wilson) 감독은 19세기 프리-시네마(pre-cinema) 시대의 대표적인 옵티컬 토이였던 조에트로프와 프락시노스코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하여 모레이 맥라렌(Moray McLaren)의 음악 <위 갓 타임 We Got Time>을 뮤직비디오로 만들고, 제작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짐 르 페브르 감독의 라이브 애니메이션이 비디오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조절 기능을 활용한 것이었다면, 데이빗 윌슨 감독은 프락시시노스코프 고유의 거울 반사형 애니메이션으로 라이브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 동영상 보기: http://youtu.be/j9e38cuhnaU
▶ 제작과정 보기: http://youtu.be/d4LSg7f4lFs
○ 감독 홈페이지: www.thisisdavidwilson.com

<벨로우즈 마치 The Bellows March> (2009)
<벨로우즈 마치 The Bellows March> (2009)


<벨로우즈 마치 The Bellows March>는 애니메이션과 설치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릭 다이어(Eric Dyer) 감독이 만든 실험 애니메이션으로, 3D 모델링과 3D 프린터로 제작된 오브제들로 만들어진 3D 조에트로프를 활용하여 라이브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그리고 에릭 다이어 감독은 자신의 2006년 작품 <코펜하겐 자전거 Copenhagen Cycles>와 함께 <벨로우즈 마치>를 갤러리와 영화제에서 설치미술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도 병행한 바 있다. 

▶ 동영상 보기: http://vimeo.com/17314292
▶ 제작과정 보기: http://vimeo.com/21324452
○ 감독 홈페이지: www.ericdyer.com

소니 브라비아 조에트로프(Sony Bravia Zoetrope) (2008)
소니 브라비아 조에트로프(Sony Bravia Zoetrope) (2008)


소니사는 자사의 TV 브랜드 브라비아(Bravia)를 홍보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베나리아(Venaria) 라는 마을 광장에 ‘브라비아드롬 BRAVIA-drome’이라 명명된 지름 10미터의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조에트로프’를 설치하고, 이탈리아 AC 밀란 소속 축구선수 카카의 대형 사진으로 3D 조에트로프 라이브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소니 브라비아 조에트로프(Sony Bravia Zoetrope)는 <브라비아 볼 Bravia Balls>(2005), <브라비아 페인트 Bravia Paint>(2006), <브라비아 피라미드 Bravia Pyramid> (2007), <브라비아 도미도 시티 Bravia Domino City>(2008>에 이은 소니사의 혁신적인 광고 프로젝트이다.

▶ 동영상 보기: http://youtu.be/tkiQM7MXp-c
▶ 제작과정 보기: http://youtu.be/rCltdyiLyIc | http://vimeo.com/4129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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