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애니메이션 아카이브

by.이남국(아시파 코리아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 부회장) 2012-02-09조회 6,896
홍길동 재상영 간판-일본의 오다시 제공
* 상단 사진 설명: 홍길동 재상영 간판-일본의 오다시 제공

사전에 의하면 아카이브 Archives란 “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를 뜻한다. 한국내의 애니메이션 아카이브로 대표되는 곳을 언급하자면 남산의 애니메이션 센터와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 등을 들 수 있겠다. 특히 한국영상자료원은 영상 자료의 수집, 보존, 복원 등 아카이브 기능과 함께 시네마테크, 영화박물관, 영화학교, 멀티미디어 영상자료실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북미나 유럽, 일본 등에는 여러 분야의 아카이브가 매우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어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뒤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의 민족문화와 역사를 말살하려 한 과거의 침탈행위로 인한 소실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제 한국은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이미 67년이 되었다. 각 분야 별로 도처에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재건하거나 복원하는 일들이 일상사가 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특히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부분은,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의 아카이브와 미국 최초(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아카이브를 가볍게 비교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근년에 한국영상자료원이 <홍길동>의 전체 필름은 타이틀이 들어간 앞부분과 크레딧이 들어간 뒷부분을 제외한 16mm컬러 필름 전체를 일본의 아카이브로부터 발견하여 35mm필름으로 확대하고 세기상사의 사운드를 더빙하여 부족하나마 복원하였다. 매우 가치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필름은 찾았지만 관련 작업자료들이나 포스터, 문서 등이 거의 소실되었고 간간히 발견되는 희귀한 자료들만 어렵게 눈에 띌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년 시절부터 철저한 보관 정신을 가졌던 필자가 1970년대 초에 세기상사 동화부에 애니메이터로 근무하면서 수집하여 약 40년간 보관하여 온 <홍길동> 관련 희귀 자료들이 있어 그나마 당시의 제작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특히 <홍길동>의 포스터 원본은 매우 희귀하다. 본인의 소장본 이외에는 더 이상 어디에서도 아직까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전시된 <홍길동> 포스터는 불행하게도 오래 전 원작자와 감독의 이름이 훼손된 모조 포스터이다. 그 이유는 <홍길동>의 감독 이름을 신동헌이 아닌 ‘박삼천’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신동우 화백의 원작만화인 <풍운아 홍길동>(실제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목은 그냥 <홍길동>으로 표기하고 있다)이 아니라 <쾌남 홍길동>으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조 포스터는 세로방향(portrait) 이지만, 오리지널 포스터는 가로방향 (landscape- 71.5mm x 51mm 크기)이며, 감독 이름이 신동헌이고 제목도 <홍길동>이다. 그 이외에 홍길동 아카이브로는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오리지널 <홍길동>의 스토리보드 원본이 있다. 신동우 화백의 그림으로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 좌: 모조 포스터, 감독을 신동헌이 아닌 박삼천으로, 제목은 <쾌남 홍길동>으로 표기-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소장  * 우: 홍길동 오리지널 포스터, 1967년, 세기상사-필자 원본소장
* 좌: 모조 포스터, 감독을 신동헌이 아닌 박삼천으로, 제목은 <쾌남 홍길동>으로 표기-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소장 
* 우: 홍길동 오리지널 포스터, 1967년, 세기상사-필자 원본소장


* 오리지널 홍길동 스토리보드-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소장
* 오리지널 홍길동 스토리보드-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소장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스토리보드는 지금의 각 포즈(pose)별, 신(scene)별 스토리보드 형식과는 크게 다른, 축약 형식인 대략 시퀀스(sequence)별로 그려진 작품으로서 그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 홍길동 대종상장(좌)과 홍길동 제작 의뢰서(우)-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대종상장(좌)과 홍길동 제작 의뢰서(우)-필자 원본소장 

또 다른 <홍길동> 관련자료인 대종상장과 제작 의뢰서가 있다. 그림 좌측의 대종상은 1967년 12월4일에 세기상사를 대표하는 사장인 우기동에게 수여되었다. 아쉬운 점은 감독인 신동헌 화백이 받았으면 가장 적절하였겠다는 점이다. 그림 우측의 제작의뢰서에 의하면, 국립영화 제작소에 <홍길동>의 제작작업 의뢰서를 작성할 때(1966년 12월 19일자), 제작자를 우기동, 감독자를 신동헌, 촬영자를 박성근으로 표기하였으며, 제작완성 예정일을 일단 1966년 12월 30일로 잡았음을 볼 수 있다. 필름 총 길이는 3,660자(피트)에 35mm 필름 총7권, 전체1편으로 잡았다. 



* 홍길동 모델시트-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레이아웃 작화지-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레이아웃 작화지-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채색된 셀-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채색된 셀-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제작 팀의 사진 1966년-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제작 팀의 사진 1966년-필자 원본소장 

다음 자료는 <홍길동> 모델시트와 작화지에 그린 레이아웃 원본들 및 캐릭터를 채색한 원본 셀들이 있다. 또한 <홍길동> 제작팀 사진도 보관되어 있다. 사진 속에는 신동헌, 신동우, 용유수 감독과 애니메이터인 정욱(대원), 김대중 등이 보인다. 

이처럼 적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가치있는 <홍길동>의 자료는 그나마 소장자의 관심과 애착으로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처럼 아카이브는 우리 모두가 돌아 보아야 할 주요 관심분야이다. 

반면에 한국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과는 달리, 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월트 디즈니 영화 홍보물들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인쇄되었고, 그 자료들의 보존 또한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일반인들까지 여기에 가세하여 수집 열기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다음 그림들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자료들인데 그 종류도 다양하며 보관된 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우 많다. 보관상태 역시 깨끗한 것들이 많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복사, 발행되어 적잖이 소장, 보관되고 있다. 


* 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포스터,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스토리보드,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스토리보드,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관련 문서와 악보,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관련 문서와 악보,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모델시트-1937ⓒ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모델시트-1937ⓒ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레이아웃-ⓒ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레이아웃-ⓒ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컬러 샘플-ⓒ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컬러 샘플-ⓒ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제작 팀원들-이들은 나인 올드 맨(Nine Old Men)이란 전설적인 이름으로 불려왔다.-ⓒ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제작 팀원들-이들은 나인 올드 맨(Nine Old Men)이란 전설적인 이름으로 불려왔다.-ⓒWalt Disney Studio 

이상 <홍길동>과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예를 통해 두 나라의 애니메이션 아카이브를 간단하게나마 상호 비교하여 보았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서로 유사한 자료들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초창기 애니메이션 자료들이 유실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역사적인 자료와 문화적인 자료에 대한 가치부여와 인식이 단순한 자료보관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일본이 보관, 관리해 온 한국의 <홍길동> 필름을 거꾸로 우리가 되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부끄럽다기 보다 오히려 용기있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에 의해 약탈된 조선왕조 외규장각(外奎章閣) 의궤를 145년만에 찾아온 일 처럼 말이다. 문제는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수수방관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모두가 잘 하고는 있지만, 이 시점을 계기로 모든 애니메이션 자료들을 보관, 관리, 활용하는 일은 어느 특정 기관이나 단체 만의 일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포함하여 애니메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하겠다. 

아직까지도 전국 방방곳곳에 흩어져 있거나 어둠에 묻혀져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한군데 모아 정리, 분석, 분류, 보관, 관리, 전시 및 활용하는 데는 인력이나 자산이 역부족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의 보존은 한 국가의 힘과 역량을 대내외에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 및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애정과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이 모든 노력에 대해 단순한 자료의 보존이 아닌, 역사와 그 가치의 보존이라는 점에서 다 함께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진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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