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된 영화인들을 돌아보는 자리를 준비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배우
최은희와 영원한 청춘스타였던
신성일, 사극·시대극에서 남다른 연출력을 보였던 감독
임원식을 추모하며, 그들의 대표작들을 상영한다.
영화배우 최은희는 1943년 연극 무대로 데뷔해 1947년
신경균 감독의 <
새로운 맹서>를 통해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 후 그녀는 평생의 동반자이자 영화적 동지인
신상옥 감독을 만났고, 그와 함께 1950~6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이자 배우로 활동했다. 한국영화사상 가장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팜파탈·아프레걸 캐릭터를 만들어낸 <
지옥화>(신상옥, 1958), 그녀만의 단아한 미가 돋보이던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1961) 그리고 스스로 감독으로 분해 연출한 <
민며느리>(1965) 등의 작품을 통해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 최은희의 스크린 인생을 되짚어본다.
한편 영화배우 신성일은 영화사 신필름의 배우 공모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후, <
맨발의 청춘>(김기덕, 1964)과 함께 영원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다. 그러나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방황하는 청춘 이미지에 정체되지만은 않았다. 그는 앞서 <
로맨스 빠빠>(신상옥, 1960)에서 볼멘 목소리로 바른 소리를 하던 막둥이 캐릭터를 연기했고, <
초우>(
정진우, 1966)에서는 가난한 청춘의 자화상을, <
안개>(
김수용, 1967)에서는 우수 어린 지식인의 모습을, <
장남>(
이두용, 1984)에서는 가족의 무게를 짊어진 가장과 장남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1971년 <
연애교실>을 비롯해 4편의 청춘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그램에서 추모하는 또 한 명의 영화인은 영화감독 임원식이다. 그는 1950년대 말 선민영화사와 1960년대 초 신필름에서 연출 수업을 받았고,
나봉한 감독과 함께 <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1965)를 공동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생전에 시대 고발, 리얼리티, 휴머니즘 등이 배어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고 말한 그는 무술과 액션, 군중 신 등 볼거리로 가득한 한·홍 합작 영화 <
대폭군>(하몽화 공동연출, 1966)을 비롯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
아리랑>(1974) 등을 만들었으며,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977) 등의 작품을 통해 권력으로부터 탄압받는 민중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1960~70년대를 대표하던 이들의 부고 소식은 마치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느낌과 함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들이 비록 우리 곁을 떠났더라도 우리 기억 속에, 우리 마음속에 이들의 영화는 영원할 것이다. 이들로 인해 웃을 수 있었고, 설렐 수 있었고, 감동할 수 있었던 추억들을 간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