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판사>(홍은원, 1962) 1960년대 여성에게 전하는 계몽의 메시지

by.서혜인(한국영상자료원 보존관리팀) 2019-01-07조회 2,132
여판사
한국영상자료원이 2015년 수집한 필름 <여판사>의 촬영 현장 사진이다. 흑백사진 속 뜨거운 볕 아래 스태프와 배우들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카메라 뒤를 지키는 많은 남자 스태프 사이에 홍은원 감독이 있다. 사법과 고등고시를 준비하러 절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는 진숙(문정숙)을 두고 스님과 시아버지가 될 사람(김승호)이 혼담을 나누는 장면이 필름에 담긴다. 진숙은 당당히 판사에 임용되고, “어쩐지 여자에게 법관이란 직업이 너무 무거운 짐 같다”며 시험 준비를 그만두려고 한다는 여자 후배에게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일시적인 고통이나 난관보다는 많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진숙의 대사는 감독이 196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넨 계몽의 메시지이며,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선구자로서의 다짐과 같은 말이었다. 영화를 만들고 그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나아갈 길을 쓸고 닦는 데 일생을 내놓았던 홍은원 감독. 그의 눈으로 본 성공한 여성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낡은 가정과 사회를 다룬 영화 <여판사>는 KMDb와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인 ‘한국고전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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